안동 도박판에서 발견된 경찰 무전기는 경찰이 돈을 받기 위해 고의로 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되던 고의 대여가 사실로 확인되면서 경찰의 무전기 관리 문제가 도마위에 올랐다.
안동경찰서는 지난달 20일 임하면 신덕리 도박판에서 망을 보던 김모(48)씨의 차량에서 발견된 무전기는 A경사가 김씨에게 빌려준 돈을 받기 위해 지난 6월 4일쯤 불법으로 빌려준 것으로 확인했다고 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경사는 15년 전부터 알고 지내던 김씨가 일수자금이 필요하다고 해 지난해 두차례에 걸쳐 2천여만원을 빌려줬다가 최근까지 원금을 받지 못하던 중 김씨가 찾아와 돈을 갚는 대신 무전기를 빌려줄 것을 요구받고 무전기와 충전기를 빌려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함께 경찰은 그동안 잠적했다 나타난 김씨를 비롯한 도박 관련자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A경사를 형사입건과 함께 징계위원회에 회부하는 것으로 사건수사를 마무리했다.
안동경찰서 김용태 수사과장은 "무전기 관리서식 작성과 무전기 보관함 설치, 비밀번호 재입력 등 무전기 사용과 관리시스템을 재정비할 것"이라며 "불법 대여된 무전기는 실제로 2, 3차례 도박단속을 피하는데 활용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경찰 주변에서는 "금융조회는 A경사를 비롯해 가족까지 확대해야 하는 것 아니냐" "40만원씩 몇차례 입금된 돈이 일수돈인지, 아니면 다른 용도의 돈인지 좀더 확인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등 말들이 많다. 게다가 "경찰 간부가 A경사에게 파면을 면하게 해주는 대가로 자백을 강요했다"는 말까지 나도는 등 수사 뒤끝이 개운치 못하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경찰 무전기 대여나 주파수 노출은 안동지역만이 아닐 것이다" "도박판은 물론 한때 말썽을 빚었던 차량 견인업체들과의 밀착 등이 공공연한 사실이었다"는 등의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는 점이다.
실제로 경찰은 그동안 근무를 마치면 무기고에 넣어두는 총기와 달리 경찰 전체의 움직임이 실시간으로 노출되는 무전기에 대해선 사실상 보관규정을 갖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무전기를 집으로 가져가는 경우도 다반사였다는 것.
한편 경북경찰은 사건 발생 이후 곧바로 도내 전 경찰서에 무전기 운용 전반에 대한 일제점검을 지시했으며 관리대장에는 존재하지만 사용하지 않는 무전기 현황 파악에 나섰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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