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경제가 파탄 날 지경의 살인적인 물가 폭등세(본지 2일자 1면 보도)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올 들어 특히 포항·경주지역 물가 상승률이 전국 평균을 훨씬 웃돌아 경북 동해안 지역민들 살림살이가 상대적으로 더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 포항과 경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각각 4.8%와 4.9%로 전국 도시 평균 4.3%보다 각각 0.5%와 0.6% 포인트 높았다. 특히 6월 한달간 물가 상승률은 포항 6.8%, 경주 6.7%로 도시 평균 5.5%와 큰 격차를 보였다.
이처럼 높은 물가는 포항이 2005년 5월 이후, 경주는 2004년 4월 이후 계속됐지만 특히 올 들어 더 심해진 것이다.
문제는 한국은행과 통계청 등 당국은 물론 해당 자치단체도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했다는 것. 경북 동해안지역 물가가 특별히 높아야 할 근거가 없다는 얘기다.
다만 한국은행 포항본부는 유류 가격이 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포항본부 김영민 차장은 "물가 상승률은 석유류 가격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포항·경주의 유류가가 다른 지역에 비해 특히 높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지난 5월 중 전국 38개 주요 도시의 평균 유류 가격에서 포항·경주는 서울과 경기도 성남·안산시, 경남 진주시 등에 이어 각각 전국 6, 7위로 나타났다. 부동산 가격이나 인건비 등 고정비가 훨씬 높은 부산이나 대구, 창원 등지에 비해서는 크게 높았다. 경유도 서울과 수도권 일부 도시를 제외한 비슷한 규모의 지방도시들과 비교하면 ℓ당 10∼20원가량 비쌌다.
통계청 관계자는 "국내 최대 규모의 정유사가 울산에 있고 유류가를 책정하는 데 물류비가 중요한 변수라는 점을 감안할 때 가장 가까운 거리인 포항·경주의 기름값이 비싸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정유사 관계자도 "소비자 가격은 주유업자들이 결정하는 것으로, 정유사로서는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했다.
그러나 한 주유업자는 "주유소 가격은 정유사 공급가격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어서 우리(포항·경주)가 특별하게 비싸게 받는 편은 아니다"고 책임을 정유사로 떠넘겼다.
결국 포항·경주 지역민들은 영문도 모른 채 전국 최고 수준의 생활비를 지불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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