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표는 3일 한나라당 전당대회장에서 투표를 마친 후 "국민이 편안해질 수 있도록, 그리고 정권을 교체한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새 지도부가 협력해서 잘 했으면 좋겠다"는 한마디를 남기고 자리를 떴다. 경선결과에 관심이 없는 듯 투표결과가 발표되기 전에 서둘러 전당대회장을 떠났다.
애초부터 박 전 대표는 이번 7·3전당대회에 관심이 없었다. 친박 인사의 출마도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래서 허태열 의원이 친박대표로 뒤늦게 경선도전을 선언하고 나섰는데도 격려하기보다는 '잘해보라'는 한마디 외에는 일절 직·간접적인 지원활동에 나서지 않았다.
박 전 대표의 이런 거리두기는 쇠고기정국으로 여권이 수렁에 빠져들면서 국정운영미숙에 대한 책임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 한 발도 들여놓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출로도 읽혔다.
이날 한나라당의 새로운 선장이 된 박희태 대표가 대표수락 연설과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가 오누이처럼 손을 잡고 국정을 잘 이끌어가는 것이 당내 화합의 이상적인 모습"이라며 박 전 대표와의 화해와 협력을 여러 차례 강조하고 나섰지만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박 전 대표가 대규모 당 행사에 참석한 것은 지난해 7월 대선후보 경선 이후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그는 대의원들과 함께 2층 객석에 앉는 등 주류 측과 거리두기 행보를 분명히 시사했다.
사실 박 전 대표가 이번 전당대회에서 할 수 있는 역할 공간은 극히 제한적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박 전 대표의 이 같은 행보는 예고된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앞으로도 박 전 대표의 활동폭은 극히 좁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당 지도부에 친박좌장으로 자리매김한 허태열 최고위원이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 친정체제가 구축된 당 지도부와 거리를 둘 수밖에 없는 형편인데다 마땅한 역할도 없다.
또한 차기를 노리는 정몽준 최고위원이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해서 굳이 관심을 기울이거나 경쟁에 나서지 않는 것이 박 전 대표의 지금까지의 스타일이다. 자신이 직접 나서지는 않았지만 친박 측이 올인했던 허 의원이 3위에 그치면서 친박세의 위축을 확인한 것을 박 전 대표의 향후 행보와 연결짓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그의 한 측근은 "새 지도부 취임 이후에도 박 전 대표의 이제까지 행보에 특별한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당분간은 의정활동 등 본연의 임무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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