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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대학시절 농촌봉사활동 잊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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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휴가는 어디로 갈까. 그렇다고 아이들이 있으니 '방콕'하기는 미안하다. 진짜 '방콕'은 못 갈 망정 말이다. 휴가를 다녀와 아이들 숙제까지 작성해야 하니, 어디로든 '숙제 될 만한'곳으로 떠나야 한다는 압박감이 크다.

여름철이 되면 내게 유독 기억에 남는 것은 대학생 시절, 농촌봉사활동이다. 방학이 시작되기 전이면 대학 곳곳에 농촌봉사활동을 가자는 대자보가 여기저기 나붙었다. 친구들과 마음이 맞아 겁도 없이 농촌봉사활동을 떠났다. 내가 간 곳은 경북 의성. 마을회관을 빌려 숙소로 삼았다. 화장실은 푸세식. 따로 식당이 없어 화장실 앞에 간이 부엌을 차려야 했다.

우리는 나름 진지했다. 만나는 노인들에게 깍듯이 인사하고, 그분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우리가 모든 것을 해결해야 했다. 모범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기본. 내부 규율도 엄격했다. 모든 것을 처음 해보는 일이라 서툴렀지만 무엇을 해도 재미있었다. 친한 친구, 선배들과 함께였기 때문이리라. 논에서 피를 뽑는다고 들어갔다가 진흙으로 장난치며 온몸이 흙투성이가 되기도 했고 그 논에서 나를 좋아하던 남학생의 고백도 들었다. 아마 '취중진담'을 불렀었지. 허벅지까지 오는 장화에다 밀짚모자를 쓴 채. 그 우스꽝스런 모습에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스멀스멀 나온다. 비 오는 날 부쳐먹었던 고소한 부침개, 참으로 나온 막걸리의 시원함, 갑자기 쏟아지던 소나기의 감촉이 아직 그대로다. 내가 식사당번이었을 때 국수를 삶았는데, 겉은 퍼지고 속은 덜 익어 완전 엉망이었다. 그래도 우리 팀원들은 내가 민망해할까 봐 국수를 꾸역꾸역 다 먹어주었다.

마지막 마을잔치를 할 때는 돼지를 잡고 민요를 부르며 잔치다운 잔치를 벌였다. 이 글을 쓰면서 그 때의 기억이 아련히 떠오른다. 손에 잡힐 듯 가까운데도 벌써 세월은 저만치 가있다. 그때 그 시절, 그 사람들도 그 여름을 추억하고 있겠지.

이성미(대구 북구 국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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