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서구청이 최근 간선도로 육교 2개를 철거했다. 가설한 지 25년이 넘어 내린 결정이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서구청은 새 육교를 다시 만들어 세우는 판에 박힌 행정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할지 아니면 아예 없애는 게 좋을지 먼저 일대 주민들에게 묻기부터 했다. 그리고는 응답자의 96%가 육교를 싫어하는 것으로 확인되자 철거하고 대신 횡단보도를 그었다. 교통 행정의 흐름을 정반대로 돌려놓는 신선한 선택이었다.
이번 일에서 우선 돋보인 바는 말할 필요 없이 일대 주민들의 뜻을 물은 것이다. 그건 자동차가 도시교통의 확고한 중심이라 여겨지던 종전 같았으면 생각도 않았을 일일 수 있다. 보행자가 자동차 흐름에 방해되지 않아야 하는 주변적 존재일 뿐이라면 새 육교를 만들어 세우는 건 의문의 여지없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구청 담당자는 "교통 흐름에 결정적 장애가 없다면 주민 보행권을 우선 보장하는 게 맞다"는 쪽으로 이미 판단을 바꿔놓고 있었다. 불과 10여 년 전 만들어진 다른 육교의 철거까지 검토하고 있을 정도라고 했다. 국내 다른 도시들에서도 점차 재정립되고 있는 보행자 중심주의가 서구청의 교통철학으로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반면 대구시는 시내 44개의 육교 중 상당수가 주민들에 의해 철거를 요구받고 있는데도 구청으로 책임을 떠밀 뿐이라고 한다. 앞장 서 해야 할 행정의 철학과 원칙 정립에 무능하고 그래서 무소신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에 다름 아닐 것이다. 동성로를 이어줄 국채보상로 횡단보도 설치 마찰에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것도 바로 그 탓이라 믿는다. 시청 담당 공무원과 서구청 담당자를 바꿔 앉혀야 일이 풀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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