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열대야 등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대구 주택가 곳곳에는 음식물 쓰레기 처리 문제로 주민들 짜증이 더해지고 있다. 대형 수거함을 여러 가구가 공동 사용하는 '거점수거제' 지역에서는 악취 때문에 수거함 위치를 놓고 주민간 소란이 끊이지 않고, 가구별로 수거함을 배치한 '문전수거제' 역시 미수거, 용기 분실, 집안 내 악취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날도 더운데 악취 때문에…
지난 1일부터 거점수거제에서 문전수거제로 수거방법을 바꾼 동구청에는 하루에 100여건이 넘는 항의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쓰레기를 수거해 가지 않았다' '불편하다' '쓰레기통을 잃어버렸다' '배출요일이 언제냐' 등이다. 이미 문전수거제를 실시중인 중·남구, 달성군이 시행 초기에 치른 내용들이다.
심각한 것은 최근 밤기온이 25℃를 넘는 열대야가 지속되면서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정오까지 음식물 쓰레기 배출 시간대에 악취가 진동하고 있는 점이다. 동네마다 이틀에 한 차례 수거하기 때문에 집안에서 풍기는 음식물 쓰레기 악취도 견디기 어렵다.
동구 신암동 한 주부(44)는 "동네에 큰 쓰레기통이 있을 때에는 비우고 싶을 때 비웠고 쓰레기통을 분실한다는 걱정도 없었다"고 했다.
◆쓰레기통이 너무 작아서…
여름철에 과일쓰레기 배출이 늘어나자 "용기 사이즈가 너무 적은 것 아니냐"는 불만도 터져나오고 있다. 특히 수박은 껍데기를 잘게 잘라서 버리지 않으면 넣기조차 힘들다. 과일쓰레기는 많은 수분을 함유하고 있어 물기가 빠질 때까지 집안에 두면 쉰내에 벌레까지 들끓는다는 하소연도 쏟아지고 있다.
김가연(28·북구 침산 1동)씨는 "용기가 작은데다 악취까지 심해 결국은 고민 끝에 음식물쓰레기 처리기를 구매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구청에서 일반 가정에 배분한 용기는 4ℓ 크기, 식당은 20ℓ 크기다. 하지만 여름철에는 4ℓ로는 너무 부족하다고 항의하는 경우가 많다.
◆갈길 먼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
"아파트도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를 한다고요? 금시초문인데…."
지난 1일부터 대구에서는 처음으로 북구청이 아파트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 시행에 들어갔지만, 시행 일주일이 넘도록 주민들은 감감하다. 종량제 실시 소식을 처음 듣는다는 북구의 한 아파트 주민 박모(39·여)씨는 "여전히 노란색 큰 용기에 단지에서 나오는 모든 음식물 쓰레기를 모아두고 있는데 어떻게 종량제를 한다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공동주택의 종량제는 개별주택의 종량제와는 방법이 다르다. 아파트 단지별로 배출되는 음식물 쓰레기 양을 가구수로 나눠 처리비용을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북구청은 "단지 주민들이 힘을 합쳐 음식물 쓰레기를 얼마나 줄이느냐에 따라 각 가정이 부담하는 쓰레기 처리비가 몇백원 이상 차이가 날 수 있다"며 주민들 협조를 당부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 아파트 관리소장은 "공동주택 용기는 누가 얼마나 버렸는지를 알수 없다보니 사실상 쓰레기양을 줄이는데 별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 4월부터 주택가 음식물쓰레기종량제를 실시하고 있는 남구청도 "공동주택은 실시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아파트단지의 경우 분리수거가 잘 될 뿐 아니라, 물기제거를 한 뒤 배출하는 등 이미 쓰레기 배출량이 개별주택에 비해 상당히 적기 때문이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음식물 쓰레기 문전수거제와 거점수거제=오는 10월 중·서·수성구가 문전수거제를 도입하고, 달서구까지 시범 실시할 경우 대구 전 지역에서 문전수거제가 시행된다. 음식물 쓰레기 양이 획기적으로 줄어 들지만 쓰레기가 생길 때마다 버릴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거점수거제는 쉽고 편하게 버릴 수 있지만 쓰레기양을 줄이려는 노력이 없고, 배출량에 관계없이 똑같은 세금을 내기 때문에 형평성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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