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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말(言)과 술의 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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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지 소장
김은지 소장

기업체 대화기법 연수에서 있었던 일이다.

'부모님 상을 치른 후배를 만났을 때', '승진하게 된 동료에게 축하하는 상황' 등 각기 다른 상황에 적절한 공감을 적게 하였는데 남자 직원들의 한결같은 답변은 "술 한잔 하지"였다. 신기할 따름이다. 어찌 다 다른 상황에 모조리 "술 한잔 하지"로 통일될 수 있단 말인가!

딸은 수다 떨고 노래나 춤을 자랑하면 '잘한다 잘해' 박수받지만, 아들이 똑같이 흉내 내거나 수다 떨면 '무슨 남자가 말이 그리 많아. 계집애처럼' 울기라도 하면 '울면 못 써. 자고로 사내대장부는 평생에 3번만 울어야 돼' 심지어 거세불안까지 총동원된다. 상황이 이러니 언어 표현은 계속 억압되고 정서표현에 익숙해 질 기회는 소멸된다.

남자들에게 용인된 방식은 '신체표현'이다. 가만있질 못하는 아들에게 '시끄럽다. 조용히 해' 저지도 하지만 '남자애들이란 어쩔 수 없지'라는 전자와는 다른 너그러운 표정에 아들들은 무엇이 수용되는 방식임을 깨닫게 된다. 그렇게 성장한 그는 한없이 남자다우나 솔직한 감정이나 언어 표현은 한없이 서투른 남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런 다른 성장환경은 남녀가 만났을 때 수만 가지 오해를 낳는다. 교제 100일 기념으로 남자가 성관계를 하려고 하자 여자는 몇 번의 밀침과 분명하게 '싫다' 언어표현을 반복했으나 남자는 성폭력을 가했다. 남자의 변론은 '정말 싫으면 벽돌로 머리를 깨든지 발로 차든지 강하게 거부해야지 말로 싫다는 건 결국 좋다는 이야기 아니냐'는 것이었다.

부부싸움에서도 종종 남녀 차이는 발생된다. 아내는 남편의 잘못한 과거사들을 속속들이 끄집어내고 요목조목 논리적으로 따지고 든다.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남편은 점점 더 말문이 막히고 마음과 달리 표현 안 되는 답답함에 버럭 소리를 지르거나 물건을 던지고 심하게는 폭력을 행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남자들은 어떻게 감정을 풀까? 위 연수사례와 같이 친구에게 술 한잔 하자고 청한다. 처음엔 가벼운 안부나 주고받다가 취기가 돌면 차마 못했던 속 깊은 이야기도 꺼내고 욕도 하고 주사를 부리기도 한다. 자칫 실수를 해도 술 때문이려니 싶어 너그럽게 덮어주고, 간간이 침묵이 도는 어색한 순간도 술잔 기울이면 해결되니 어디 술만한 것이 있겠는가.

술 마시는 이유! 알고 보면 남자의 문화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 '술 마시지 마라.' 막는 부인도 '왜 자꾸 술 마시게 되나.' 괴로워하는 남자도 이 구조를 알면 약간 이해가 될 법하다. 아는 것은 반이려니, 그 뒤에 어떤 방식으로 푸느냐는 것은 현명한 당신의 몫이리라.

(경산시청소년지원센터 문화의 집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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