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 흔들이는 승마 메카의 꿈

상주시가 승마의 도시가 될 수 있을까? 지난 3월 초 중국 하얼빈에서 2010년 제9회 세계대학생승마선수권대회 상주 유치에 성공하자 지역민들은 "경북도 사상 최초로 국제대회를 유치한 쾌거"라고 환호했다. 상주시민들은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자부심과 기대감으로 가득 찼다.

그러나 불과 4개월 남짓 지난 요즘엔 분위기가 착 가라앉아 있다. 시민들 사이에는 "상주가 국제대회를 무난히 치러낼 수 있을 것인가"라는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상주는 승마의 불모지다. 당연히 승마 관련 산업과 시설은 전무하고, 시민 대다수도 승마에 대해 무관심하다. 2년 후 세계 30여개국에서 600여명의 선수들이 몰려오는 국제대회를 치른다고 해도 별다른 감각이 없다. 기대했던 승마 붐 조성은 요원한 상태다. 도와 상주시의 행정 추진도 매끄럽지 않아 보인다.

문제는 예산 때문이다. 상주시는 당초 대회 개최 비용으로 350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했다. 국비 200억원, 도·시비 150억원으로 충당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최근 정부에 요청한 국제승마장 건립비 100억원이 내년 예산에 반영되지 않았다. 도와 상주시가 국제대회 유치 과정에서 중앙부처와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았고, 국무총리 소속의 국제행사심사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국무총리 훈령을 어겼다는 이유 때문이다.

정부의 행정절차를 밟지 않은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하지만 상주시는 "대회 유치 과정에서 정상적으로 행정절차를 밟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며 "대회를 유치한 후 사후 승인을 받을 예정이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이에 상주시는 대회 경비를 250억원 정도로 조정하고 농림수산식품부에 축산발전기금 100억원, 행정안전부에 특별교부세 35억원을 신청했다.

상주시는 오는 10월 알제리에서 열리는 제8회 대회에서 대회기를 인수해온다. 그때쯤이면 지금의 냉랭한 분위기가 바뀔 수 있을까? 전통적인 농촌도시 상주에서 자전거와 말이 함께 달리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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