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링컨센터 페스티벌.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공연축제로 무용과 오페라, 뮤지컬, 연극 등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우수 예술작품을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올해로 13회째를 맞은 이 축제는 지난 5일 시작돼 27일까지 22일간 총 9작품, 40회가량의 공연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매일신문은 이 축제에 참가하고 있는 김현옥 계명대 무용학과 교수로부터 원고를 받아 실험성과 완성도 높은 세계적인 작품들의 공연소식을 전합니다.
오페라 '군인들'은 20세기를 대표하는 걸작 오페라로서 뉴욕 링컨센터 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이며 관객석이 움직인다는 광고로 가장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넓고 천장이 높은, 마치 유럽의 오래된 기차역을 연상케하는 뉴욕 파크 아브뉴 무기고에 비전통적인 무대를 설치했다. 가장자리에 110명으로 구성된 오르간을 포함한 오케스트라가, 맞은편 가장자리에서는 타악주자가 TV 모니터로 지휘자를 보면서 연주한다.
초록빛의 조명에 군인이 줄을 길게 서서 등장하고 스타디움과 같이 설계된 1천석의 객석이 철구조물로 연결된 하나의 통합체가 되어 움직이면 경이로움의 전율이 시작된다. 600m 길이의 패션쇼 런웨이 같은 좁은 T자형 무대가 중앙에 놓여있고 양 옆으로 기차 철로 6열이 놓여있다. 이 철로 위로 바퀴를 구르게 하여 관객석이 이동하면 배우들을 만질 수 있을 만큼 가까이 가서 친밀감을 조성하거나 멀어지면 조명으로 더욱 더 거대해진 공간이 신화적으로 느껴진다.
'군인들'은 독일 작곡가 짐머만이 작곡했다. 12음계의 굴곡이 심한 음악적인 면과 거대한 스케일, 실험성으로 인하여 공연이 불가능하게 여겨지기도 했다. 독일 보흐머 심포니가 연주하며 40명의 성악가, 배우, 무용수가 출연한다. 연출은 영국 출신의 희귀한 오페라 연출로 명성이 있는 데이비드 포인트니가 맡았다. 지휘를 맡은 슬로안은 "음악적으로 가장 도전적인 작품"이라고 말한다. 대규모의 스케일로 인해 이 오페라는 전형적인 극장에서 공연이 불가능하다.
아홉번에 걸쳐 객석이 이동하는데 이는 영화의 줌인, 줌아웃의 효과를 나타낸다. 배우에게 가까이 다가갈 때는 음악의 구름 속으로 들어가다가 멀어져갈 때는 배우들이 가만히 서있어도 파격적인 정중동을 느끼게 한다. '군인들'은 새로운 현대 오페라 총체극으로 오페라, 건축, 조각, 회화, 음악극, 무용, 영화가 융합된 형태를 추구한다. 과거, 현재, 미래가 동시에 일어나며 다양한 음악적 스타일이 공존한다. 신분 상승을 꿈꾸는 소녀 마리의 이야기를 통해 전쟁의 비참함과 기득권층이 한 여인을 파멸로 몰고가는 잔인함을 그리고 있다.
거대한 규모의 시각적·음악적 스펙터클, 캔버스와 같은 조명, 훌륭한 음향 디자인, 움직이는 관객석, 이 모든 것이 거대한 영화 촬영장을 연상케 한다. 영화촬영에서 영화감독이 앉아 있을 자리에 앉은 관객은 극이 진행되는 동안 한 장면의 증인이 되어 극의 호흡에 동참하며 스펙터클 창출의 한 요소가 된다.
김현옥(계명대 무용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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