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馬島(대마도)는 역사적으로 명백한 우리의 영토다. 섬의 어디를 파 보든지 조선과 관련된 유물이 나온다. 곧 미점령군사령부(GHQ)에 반환요청을 하겠다."
1949년 1월6일 이승만 대통령이 한 말이다. 그는 대마도의 영유권 주장을 정부수립 3일 후인 1948년 8월18일, 그리고 9월9일에 두차례나 천명했으나 일본의 반응이 없자 이날 연두회견을 통해서 공식선언한 것이다.
이 선언에 경악한 것은 일본정부였다. 요시다 시게루(吉田 茂) 총리는 GHQ로 맥아더사령관을 찾아가 "일본이 패전국이지만 한국이 이럴 수가 있는가"라며 호소했다.
다음날 도쿄에 있는 주일한국대표부의 鄭翰景(정한경)대사는 외신기자로부터 "대마도가 정말 한국 영토인가. 본국으로부터 어떤 훈령이 있었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미국에서 30여년간 이 대통 령을 도와 독립운동을 했던 그는 "잘 모르겠다. 좀 심한게 아닌지…"하며 말끝을 흐렸다.
다음날 회견기사를 읽은 이 대통령은 노발대발했고 정 대사를 즉각 경무대로 소환했다. 그는 "자네는 어느나라 대사인가. 우리 역사도 잘 모르는가"라며 질책한 후 해임했고 이틀 뒤 후임으로 임명한 鄭恒範(정항범)대사에게 "대마도를 반드시 찾아오라"고 엄명을(?) 내렸다.
한국에서 54km, 일본의 규슈(九州)에서 147km 거리에 있는 대마도는 수백년동안 倭寇(왜구)들의 집결지로, 일본의 조정과도 무관한 독립영지였다. 이들이 한반도의 동서해안을 침범, 약탈하자 고려의 공민왕(1368년)과 조선의 태종은 군대를 보내 島主(도주)인 소씨(宗氏)에게 萬戶(만호)라는 벼슬을 내리고 조공을 바치게 했다.
그후에도 노략질이 계속되자 세종대왕은 1419년 이종무를 총사령관으로 하는 원정군을 보내 항복을 받고, 대마도를 경상도에 예속시키는 한편 매년 200석의 식량을 지원하고 조선과 교역을 허용했다.이 대통령이 대마도반환을 거듭 요구한데는 깊은 계산이 있었다. 앞으로 대일청구권 협상에 앞서 일본의 기를 죽이는 한편 동해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는 정부가 부산에 피란 중이던 시절 한국을 배제한 대일강화조약이 발효되기 앞선, 1952년 1월 '인접해양에 관한 주권선언', 즉 평화선을 선언해 13년간 일본선박이 독도부근에 얼씬도 못하게 했다. 이와 함께 평화선을 침범한 일본어선은 모조리 나포, 어부들을 부산수용소에 억류했다.
1965년 한일협정 교섭 때 평화선은 철폐됐지만 정부는 그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어업협정에서 독도중심의 專管水域(전관수역)을 관철시켜 독도를 수호했던 것이다.
일본이 오늘에 와서 독도의 영유권을 공공연하게 주장하는 틈을 마련해준 것은 10년 전 김대중(DJ)정부가 새어업협정을 체결해준 때문이다. DJ는 취임한 지 1년도 안 된 1998년 국민의 의사를 충분히, 광범하게 수렴하지않고 "독도는 우리가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몇몇 해양법학자의 주장대로 어업협정을 체결했다.
물론 1950~80년대에 비해 각국의 영해주장과 국제해양법의 조류가 크게 변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매우 중대하고도 민감한, 동해의 중심인 독도를 일본의 뜻대로 중간수역으로 포함시켜 준 것은 엄청난 실책이었다.
그뿐인가. 20여년 간 치밀하게 준비해온 일본과 달리 별다른 준비 없이 특히나 어민들의 의견은 묵살된 채 협정을 졸속으로 매듭지음으로써 많은 어민들은 피눈물을 흘리며 어장을 잃고 고기잡이를 포기해야만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3국시대이래 엄연한 우리의 국토인 독도는 일제가 사실상 조선침략과 강점을 진행중이던 1904년 일본의 시마네(島根)현이 멋대로 자기네 것이라고 고시하고 정부가 인정했다가 1945년 패전으로 반납됐던 땅임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 독도를 일본이 1952년이래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은 도둑질한 남의 땅을 자기네 것이라고 하는 말도 안 되는 억지다. 그래도 유독 독도에 대해서만 억지를 계속하는 것은 동해의 해양주권, 안보주권을 가지려는 것이다.
억지를 뒷받침해준 게 신어업협정이고 저들은 이제 내년부터는 중등학교 교과서부터 '독도는 일본땅'이라는 교육을 시키겠다고 나온 것이다. 우리는 또다시 습관처럼 확실한 대응책을 마련하기보다 흥분과 개탄으로 집안에서 부글부글 끓고만 있다.
이런 혼돈속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한나라당의 최고위원인 허태열 의원의 '대마도 반환론'과 정몽준 의원의 '신어업협정폐기와 재협상론'이다. 새삼스러운 의견은 아니지만 60년 전 독도는 물론 동해의 주도권을 확보, 사수하기 위한 이승만 대통령의 구상을 떠올리게 한다.
정부와 국민은 흥분과 감정을 식히고 실질적인 독도수호에 나서야 한다. 독도에 접안시설 확충, 경비병력의 증파와 경비선의 연중감시, 호텔 등 숙박시설, 국민관광지로의 육성, 독도기록관 건립, 그리고 독도와 대마도의 한국 영유 史料(사료)와 기록의 대대적인 국제홍보 등을 펼쳐야 한다.
한·일 새어업협정의 파기와 대마도 영유론도 당연히 진지하게 연구,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성춘(언론인·전 고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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