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동체 운동] "부족회의·텃밭수업…아이들이 달라져요"

"너와 나는 서로 싸워야 할 경쟁자가 아니라 함께 살아갈 공동체의 일원임을 가르치는 것, 가온학교의 근본 철학입니다."

가온학교에서는 "공동체 정신이야말로 인간관계를 회복하는 기본"이라고 강조한다. 가슴속에 제각각 하나씩 상처를 가진 아이들, 그래서 타인에게 쉽게 다가서지 못하고 가시 돋친 말들과 폭력을 행사하기 일쑤였던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함께'라는 생각이었다는 것.

가온학교에서는 매주 월요일이면 '부족회의'가 열린다. 선생님과 학생들이 모두 함께 모여 학교의 중요한 일들을 논의하고, 생활을 반성하는 시간이다. 싸움이 일어나거나 갈등이 빚어질 때는 수업일정과 상관없이 부족회의가 열린다. 대화를 통해 각자의 잘못을 반성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는 시간을 갖자는 취지다.

최해룡 교사는 "말썽 많은 아이들만 모아놓다 보니 힘을 과시하려 하고, 자기 욕심만을 부리다 서로 충돌하는 일도 잦았다"며 "사람들 사이에 벌어질 수 있는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하는 방법을 배우면서 아이들은 진정 하나가 되어가고 있다"고 했다.

매주 화요일 오후 진행되는 '텃밭수업' 역시 공동체 정신을 키워주기 위한 방법이다. 아이들은 북구 연경동 1만㎡ 규모의 '계림농장'에서 고추 상추 토마토 오이 열무 등 점심·저녁 식사에 나오는 채소를 직접 일군다. 남는 것은 시장에 내다 팔아 학교 운영비에 보태기도 한다. 농사일이 하기 싫어 투덜대던 아이들도 어느 순간 제 몫의 역할을 하지 않으면 다른 친구들이 피해를 본다는 사실을 깨닫고 능동적으로 동참한다.

아이들의 변화가 피부로 느껴지자 학부모들도 공동체의 일원이 됐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학교냐"며 언성을 높이고 돌아섰던 한 아버지는 교실의 페인트칠을 해 주었다. 가온학교 간판 역시 한 학부모가 고마움의 표시로 손수 제작해 달아줬다. 최 교사는 "후원자들의 얼마 안 되는 후원금과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으로 꾸려가는 학교지만, 함께하면 뭐든지 해낼 수 있다는 마음만은 최고"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한윤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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