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야마다 사장

한 경영 전문지가 올 초 우리나라 프로페셔널(전문직) 면담 결과를 다뤘다. 그들의 전문성과 지식 수준은 최고급이나 창의성'혁신성은 하위급이라는 게 결론이다. 사달의 단초로 지목된 것은 한국 특유의 수직적 조직문화다. 그런 풍토에서 사태를 결정하는 것은 합리성이 아니라 상급자의 취향이다. 창의성보다는 복종과 눈치보기가 더 중요해지고 생산성 하락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전문성이 발붙이기 힘든 척박한 땅인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결과가 나온 한 조사에서는 우리나라 직장인 3명 중 2명꼴로 현재의 상사와 다시는 같이 일하고 싶지 않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 스타일만 고집하거나, 자기 실적에 매달리느라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사내 정치에나 목을 매거나 해서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생각까지 들게 만든다는 얘기이다. 일이 잘 될 리 없는 것이다.

합리성보다는 직위가 더 우선하는 그런 직장에서 최고 꼭짓점에 자리한 사장의 결정은 곧 신의 명령일 수 있다. 사장 스스로 우쭐해져 사고를 칠 위험성이 그만큼 높아진다는 말이기도 할 터이다. 하지만 일본 '미라이공업'의 야마다 아키오(77) 전 사장은 그 점에서 가장 아름다운 典範(전범)이 됐다. 그의 소신은 그야말로 사원 제일주의이다. 그에게 사원은 소모품이 아니라 함께 성장할 동반자이다. 사원이 소비자를 감동시키게 하려면 회사가 먼저 사원을 감동시켜야 한다. 사장이 할 중요한 일은 사원들이 즐겁게 일하도록 뒷받침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사원들 각자 연간 최다 180일까지 쉴 수 있도록 휴가를 최대한 보장했다. 모든 사원에게 3년씩이나 되는 출산휴가를 주되, 남자도 당연한 대상이다. 일본 정부가 작년에 정년 규정을 63∼65세로 높이자 그는 자기 사원 정년을 70세로 더 많이 늘려버렸다. 작년 말 국내에 번역된 그의 저서 제목 '야마다 사장, 샐러리맨의 천국을 만들다'가 그런 걸 한마디로 집약했다.

주인공 야마다 전 사장이 얼마 전 능률협회 초청으로 우리나라에 와 강연했다. 5월 초의 일본 '황금연휴' 때 전국 기업 중 최장 휴가를 주는 데 실패해 기분 나빴다는 말은 듣기만 해도 신났다. 월급쟁이라 해서 꼭 월급을 많이 받고 꼭 휴가를 더 많이 가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상급자가 그런 마음으로 함께해 주는 그게 소중한 것이다.

박종봉 논설위원 pax@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