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사는 나라는 어떤 나라일까. 국민은 어떤 요소를 갖춘 사회에서 생활할 때 행복할까. 토지, 노동, 자본이 풍부하고 기술혁신이 잘 이루어져 고도성장으로 국민소득이 높으면 잘사는 나라이고 행복한 국민일까. 성장의 바탕 위에 행복한(Well-being) 선진국가로 발전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그 답을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에서 찾아본다. 사회구성원들의 협동을 촉진시키는 공통적인 규범 가치,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하나로 묶어주는 네트워크, 건강한 공동체를 유지하는 자정능력, 물질적 자본이나 인적 자본을 넘어선 사람들 사이의 신뢰관계, 이러한 요소들을 총칭해 '사회적 자본'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가는 사회구성원들로 하여금 서로 협동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자본'을 갖추고 자발적 공동체를 촉진시킬 수 있는 문화적 기반도 축적해 놓고 있다.
우리는 어떠한가. 최근 성장은 떨어지고, 물가는 오르고, 유가는 천정부지로 상승하는 가운데 쇠고기 파동과 촛불집회로 비롯된 갈등은 우리 경제의 기반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낡은 제도와 불합리한 관행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해집단 간 대립과 권리주장으로 사회갈등이 분출되는 형국이다. 성숙하지 못한 사회시스템은 정부와 기업 그리고 개인의 원활한 경제사회활동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때에 무엇보다도 필요한 사회적 통합과 국민적 에너지의 결집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요소가 바로 '사회적 자본'인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사회적 자본'의 수준을 높일 수 있을까. 그 으뜸을 '상호신뢰의 구축'이라고 본다. 우리 사회의 신뢰도는 대부분의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정부가 당면한 사회적 이슈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면 신뢰는 추락한다. 인터넷 문화의 확산과 더불어 정확한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일부 비판이 국민의 불신을 높이고 있다. 외국학자(Knack and Keefer)의 연구분석에 의하면 타인을 신뢰한다고 응답하는 사람의 비율이 10% 낮아지면 경제성장률은 0.8% 떨어진다고 한다.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먼저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해는 낮은 자세로 상대편 입장에 서서(under+standing) 바라볼 때 가능한 것이다. 우리 모두가 함께 소통과 이해를 바탕으로 신뢰를 구축하여 협동을 촉진시켜 나가야 할 시기이다.
다음은 '법질서의 확립'이다. 법치시스템이 제대로 갖추어지고 국민이 이를 잘 지켜야 한다. 합리적인 법제도 바탕 위에서 준법정신도 높게 나타난다. 경제발전과 사회안정의 근간이 되는 법치시스템의 낙후는 국가경쟁력 약화를 초래한다. '한국의 경우 낙후된 법치시스템이 글로벌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세계경제포럼(WEF)의 발표는 우리의 가슴을 친다. 우리나라 법 준수가 OECD 30개국 중 27위로 최하위권이라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은 더욱 부끄럽게 한다. 최근 일부에서 '한국의 법질서 수준이 OECD 평균만 돼도 성장률이 1% 높아진다'는 분석을 내놨다. 법질서가 지켜져야 선진경제로 나아갈 수 있다는 의미다. 사회지도층은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목소리 크고 집단행동을 해야 이긴다는 행태는 사라져야 한다. 정부도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법규정을 만들어 공정히 집행해야 건강한 공동체가 형성될 수 있다.
인터넷을 활용한 '사회적 합의 형성'도 중요하다. 인터넷은 지식정보사회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개인과 집단들 간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사이버공간이 새로운 민주주의의 장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인터넷 선진국가인 우리는 사이버공간을 다양한 집단과 계층 간 의사소통에 기초한 합의 도출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온라인 포럼을 통해서 합의를 형성해 나가고, 중요사안에 대한 토론에 전문가와 일반시민들의 참여 확대를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를 하나로 묶어주는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한다.
우리는 선진국이 될 수 있는 '사회적 자본'의 토양을 갖추고 있다. 위기는 새로운 기회의 시작이다. 어려울 때마다 국민들이 저력을 발휘해 위기를 기회로 승화시킴으로써 다른 개발도상국의 모범이 되어왔다. 최근의 총체적 난국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드는 것은 전적으로 우리의 역량에 달려있다. 세계가 한국을 지켜보고 있다. 개인·기업·정부가 지혜를 모아 슬기롭게 대처해 나가야 할 때다.
반장식 전 기획예산처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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