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문대학과 국제적인 연구소는 어떻게 '일류'가 됐을까. 세계 톱 랭크의 대학과 연구소들은 '현장과의 소통'에서 그 열쇠를 찾고 있었다. 대학이나 연구소들은 기업과 현장에 문호를 개방하고 함께 숨쉬면서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또 학내에서도 '경계의 벽'을 허물며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추세다. 세계적인 대학과 연구소들을 통해 교육기능을 부여받은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DGIST)이 교육의 틀을 어떻게 짜야 할지 벤치마킹해본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한 복판에 있는 스탠퍼드. 요즘 나노, 바이오, 그리고 로봇 공학의 연구기관을 재배치하고 연구방향을 재설정하는데 고심하고 있다. 기술개발과 기업의 요구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다. 기계과의 경우'기계'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전체 연구영역 자체가 바이오와 나노분야에 집중시키고 있다. 마이크로-플루이드(micro-fluid·미세유체)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바이오 칩을 설계하거나 고관절 부위 모델링을 통해 충격(임팩트)를 분석하고 보완용 기구를 제작하고 있다. 이런 연구들은 스탠퍼드 의대와 공동으로 이뤄지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의 미디어랩(Media Lab). 대학에서는 이곳을 '상상공장'이라 부른다. 학문 전공간의 장벽이 완강한 국내 학문풍토와 달리 음악, 영화, 디지털콘텐츠, 철학 등 인문사회, 예술분야를 전공한 사람들에서부터 엔지니어링 전공자들과 교수들이 함께 모여 기발하고 창조적인 연구성과를 하는 곳. 이 연구소는 전공융합과 학제(學際)적인 연구로 로봇이나 무인자동차 등의 분야에서 세계적인'작품'을 내놓았다. MIT 미디어랩은 아일랜드의 더블린에 '미디어랩 유럽'을 개설했다. 이곳은 남미를 포함한 초지역적인 공동 프로젝트를 주관하고 있다.
UC버클리 경영대학원인 하스(Haas)스쿨. 하스스쿨의 강점은 경영학과 공학의 연계에 있다. 실리콘밸리의 생생한 현장을 강의실에 고스란히 옮겨 놓고 실용적인 수업을 한다. MBA학생회와 학교측은 분기별로 벤처투자가들과의 원탁회의(라운드 테이블) 투자대회, 조찬모임 등을 열어 현장의 목소리를 수업과정에 반영한다. .
UC버클리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유학생 이성민(25)씨는 "기계공학을 전공했는데 바이오 연구를 하라고 해서 처음에는 크게 당황하고 황당하기까지 했다"며 "이제는 미국 대부분의 대학에서 학과, 전공 개념은 무의미해졌다"고 말했다.
이 학교 김성호 교수(바이오 전공)는 "버클리의 130여개과 가운데 80개과가 융합연구를 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며 "생명체연구소에도 수학, 기계공학, 전자공학 교수 40여명이 학제적인 연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학간에도 경계는 허물어지고 있다. MIT는 하버드 메디컬 스쿨과 손잡고 암연구센터를 건립,뇌과학(Brain Science)과 암치료 연구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고 MIT 기계공학부는 싱가포르 국립대학(NUS)과 공동으로 지능형자동차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천정훈 MIT공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연구성과를 내는데 가장 유리하고 시너지를 극대화 하기 위해서는 경쟁대학끼리도 손잡고, 심지어 자금까지 지원하는 것이 미국 대학과 연구소에서는 일상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과 기업간 네트워크와 교류협력도 미국 명문대학의 경쟁력이다. 실리콘밸리 탄생의 산실인 스탠퍼드는 실리콘밸리와 공생관계에 있고 서로를 벤치마킹한다. 스탠퍼드엔 3천300여만㎡(1천만평)의 넓은 캠퍼스에 입주한 기업만 70개가 넘는다.
휴렛패커드, 시스코, 선마이크로시스템((SUN) 등 졸업생들이 키운 세계적인 기업들도 대학내에 연구실과 사무실을 두고 있다.
이 대학은 '스탠퍼드 기업가 네트워크'를 만들어 대학에 새로운 트렌드를 요구하면 대학은 즉각 수용한다. 실례로 실리콘밸리의 업종이 IT에서 생명공학쪽으로 무게중심이 쏠리자 2004년 생명공학과를 신설했다.
UC버클리나 MIT 등 다른 대학들도 기업들이 캠퍼스로 들어와 각종 지원과 연구개발, 기술교류 등을 하며 서로를 벤치마킨한다.
창업과 취업지원 프로그램도 현장과 밀착돼 있다. '시장과 연결된, 시장이 알아주는 인재'를 길러내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었다. 스탠퍼드는 공대를 중심으로 '스탠퍼드 벤처 프로그램'과 '미국·아시아 기술관리센터'등을 두고 공학도와 과학자를 교육하고 새로운 트렌드를 분석, 기업가 정신과 첨단기술과 전략을 통합시키는 노하우를 가르치고 있다.
또 재학생, 교수, 직원, 졸업생을 있는'스탠퍼드 기업가 네트워크'가 있다. 이 네트워크는 스탠퍼드의 모든 창업 프로그램과 협력할 수 있도록 연계돼 있다. 또 아시아 기술창업 펠로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다양한 아시아 국가의 기업에서 일하고 비즈니스를 체험할 수 있도록 노하우를 전수해 준다.
학내 기구인 스탠퍼드 특허팀(OTL)팀은 투자유치부터 특허등록까지 창업의 전 과정을 돕는다. 세계적 검색엔진 업체인 구글의 특허 등 수많은 정보기술(IT)특허가 이 대학 소유다.
이춘수기자 zap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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