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종호의 친절한 오페라] 영화속에 흐르는 아리아

▲ 영화
▲ 영화 '쇼생크 탈출'의 한 장면.

지난주에는 영화로 만들어진 오페라들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그런데 영화로 만들어진 오페라들은 비록 그리 많지 않지만, 여러 오페라 속의 수많은 곡들이 일반 영화에 나오기도 하였다. 물론 전곡은 아니고 대부분 아리아 하나나 장면 하나 등이지만, 아마 영화에 나온 오페라 아리아들만 모아도 오페라 명곡집 몇 개는 만들어질 수 있을 정도다.

오페라에 아리아가 등장함으로써, 몇 가지의 긍정적인 효과를 내기도 한다. 먼저 영화의 입장에서도 오페라라는 아주 멋진 음악을 접목시킬 수 있는 것이며, 오페라의 입장에서는 오페라에 관심이 없는 영화팬들에게 오페라의 묘미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결국 그렇게 해서 그 사람들 중 몇이라도 그들의 발걸음을 오페라하우스로 옮기게 된다면 가장 감격적인 결과일 것이다.

특히 영화 속에서 오페라 아리아가 나오는 대목들은 대부분 그 영화의 내용이 가장 극적이거나 감동적인 부분이다. 그렇게 해서 그 음악은 영화의 효과를 극대화시킨다.

예를 들면 지금도 우리들의 뇌리에 생생한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감옥 속에 갇힌 죄수들에게 주인공이 틀어주는 음악은 바로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에 나오는 '편지의 2중창'으로 유명한 '저녁바람은 감미롭고'란 곡이다. 주인공의 설명처럼 "가사의 내용도 알 수 없지만 두 명의 이탈리아 여자가 부르는 아름다운 노래"에 일순 죄수들은 세상의 아름다움과 삶의 존엄성을 온 가슴으로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 모차르트의 2중창은 이 영화의 감동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였다.

전쟁 영화 '킬링 필드'에서 캄보디아의 전장에 친구를 버리고 미국으로 돌아온 주인공이 TV를 볼 때마다 그 친구의 생각이 떠오른다. 그 때 TV의 화면 뒤로 나오는 장엄한 음성이 푸치니의 '투란도트'중에서 나오는 테너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이다. 또한 톰 행크스의 명연기로 각인된 '필라델피아'에서 주인공이 항상 듣고 있는 아름다운 음악은 조르다노의 '안드레아 세니에'중의 '어머니는 돌아가시고'이다.

당시 영화가 세계적으로 히트를 친 다음에 그 속에 나왔던 두 아리아는 모두 대중음악의 인기차트에 올라가는 놀라운 일까지도 벌어졌다. 즉 영화에 삽입된 그 녹음은 아니지만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부른 '공주는 잠 못 이루고'와 영화 속의 음반이었던 마리아 칼라스의 '어머니는 돌아가시고'는 모두 엄청난 싱글 앨범의 판매를 기록하면서 당시에 몇 주 간이나 빌보드 차트의 수위에 올라가는 기염을 토했다. 만약 두 곡이 모두 오페라하우스에서만 불리어졌다면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다. 영화에 오페라를 접목시킨 결과 오페라가 얻어낸 가장 큰 수확의 경우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아리아에 심취한 사람들 중 몇몇은 언젠가는 '투란도트'나 '안드레아 세니에' 때 오페라하우스를 찾게 될 것이다.

또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쇼생크 탈출'을 보고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을 찾는다. 오페라 공연에서는 막상 2중창 '저녁 바람은 감미롭고'가 자신의 상상과는 다른 좀 우스운 내용이라는 것을 알게 되겠지만, 그건 아무래도 상관이 없다. 어찌되었거나 그는 모차르트의 명작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에 온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그 사람은 '피가로의 결혼' 중의 다른 더 아름다운 음악들인 '사랑의 신이여 힘을 주소서', '어디로 가버렸나, 행복했던 시절은', '사랑의 괴로움, 그대는 아는가?'등을 들으면서 오페라의 진미를 접하게 될 것이다.

박종호(오페라 평론가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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