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버릴 수 없다면 기름을 아껴라. 고유가 시대, 화두는 단연 '에코 드라이브(Eco Drive)'이다. 한방울의 기름이라도 아끼려면 급출발·급가속·급제동 피하기, 정속 주행 등은 상식이다. 그런데 실제 차량 운행을 하다 보면 헷갈리는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기어 중립은 언제 해야 하는지, 에어컨을 어떻게 켜야 하는지, 신호 대기 중에 정말 시동을 꺼야 하는지 알쏭달쏭하다. 명쾌한 에코드라이브를 위해 궁금한 점들을 모아봤다.
Q: 언론에 소개되는 '연비왕'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차 중에 아예 시동을 끈다는 얘기들이 나온다. 시동 켜고 끌 때 연료 소비가 많고, 차에 무리가 간다는 말도 있다. 디젤 차량은 터보 차저(Turbo Charger·강제 흡기 장치) 때문에 금방 시동을 끄면 안 된다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A: 최근 자동차 10년타기시민운동연합이 주최한 연비왕 대회에서 우승한 송동윤(40)씨는 "1분이상 대기할 경우 시동을 껐다"고 밝혔다. 신호 대기 중에 차량의 시동을 아예 끄는 운전자들도 있다. 극단적인 경우이긴 하지만 공회전으로 인한 매연과 연료 낭비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환경부는 이르면 다음달부터 공회전을 막는 장치를 부착하는 시범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이 장치를 장착하면 최고 10%의 연료 절약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변속을 지나치게 자주 하고 시동을 끄게 되면 기계적인 기관에 무리가 올 수도 있지만 자동차의 설계제작 기술의 발전으로 차가 금방 고장나지는 않는다. 디젤 차량의 경우 고속 주행을 하면 공기를 압축해 공급하는 터보 차저가 작동하기 때문에 고속 주행 후에 바로 시동을 끄면 엔진에 무리가 간다. 그러나 시내 주행 정도에서는 별 무리가 없다.
Q: 자동변속기 차량 소유자이다. 신호 대기를 위해 멈춰서면 늘 고민에 빠진다. 기어를 중립으로 옮기는 게 좋을까. 그냥 D모드에 두는 게 나을까. 또 주행 중에 기어를 중립으로 두면 연비를 높일 수 있나?
A: 기어 중립은 비교적 정차 시간이 길어질 때만 하는 게 낫다. 도로가 밀려서 가다 서다를 반복할 때는 기어를 중립에 둘 필요가 없다. 기어를 중립에 뒀다가 주행으로 옮기자마자 가속 페달을 밟으면 엔진과 변속기를 지지하는 고무패킹에 손상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신호 대기를 하거나 오랫동안 정차할 때 기어를 중립(N) 모드에 두는 게 바람직하다. 하지만 자동차 주행 중에는 기어를 중립으로 놓아서는 안 된다. 중립에 두더라도 연료는 계속 들어가는데다 급브레이크를 밟을 경우 엔진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아 위험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연료가 차단되는 '퓨얼컷' 기능을 이용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다.
Q: 타는 듯한 여름철에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열고 다니는 게 나을까? 정 못 견뎌 에어컨을 켠다면 어떻게 해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
A: 운행 속도에 따라 다르다. 에어컨을 사용하게 되면 주행 속도의 변화에 따라 최대 20% 정도 연료 소비가 늘어난다. 시속 40km 이하에서는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여는 게 낫지만 그보다 빨리 달릴 경우 에어컨을 켜는 것이 오히려 경제적이다. 창문을 열면 자동차 제작자들이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 노력들이 수포로 돌아간다. 공기의 저항 때문에 연료가 더 든다는 얘기다. 에어컨을 효율적으로 쓰려면 에어컨을 켜기 전에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킨 뒤 에어컨을 외부 흡기로 둔 상태에서 강하게 켠다. 실내 온도가 낮아지면 에어컨 세기를 낮추고 내부 순환 모드로 바꾼다. 오토에어컨이 있다면 26~28℃ 정도로 실내 온도를 맞춘 뒤 작동하면 위의 순서대로 에어컨이 작동한다.
Q: 장시간 주차한 뒤에는 차 워밍업을 하라고 한다. 불필요한 공회전을 막으려면 어느 정도가 적당한 시간일까?
A: 엔진이 식은 상태에서 갑자기 운행을 하면 연료 소모가 크다. 준비운동 없이 전력 질주를 하면 후유증에 시달리는 것과 마찬가지. 하지만 겨울이 아니라면 워밍업이 별로 필요가 없다. 단 주행을 시작한 뒤 5~10분간은 시속 40km 미만으로 서서히 가속하면 엔진에 무리가 없다. 겨울에도 가솔린이나 LPG 차량은 1, 2분 정도만 워밍업을 하면 되고 경유 차량은 4, 5분간 워밍업을 한 뒤 냉각수 온도 바늘이 움직이면 출발하는 게 좋다. 주행 후 처음 5~10분간은 역시 시속 40km 미만으로 운전하며 서서히 가속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만약 해외 출장이나 부득이한 사정으로 1, 2주가량 장기 주차를 한 뒤 시동을 걸 경우 워밍업은 필수이며 한달 이상 차량을 운행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엔진 오일을 교환하는 게 차량 수명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
Q: 정속 주행이 연비 절감에 좋다고 하는데, 천천히 저속으로 가는 것이 나을까? 아니면 빨리 고속으로 가속해서 정속 주행을 하는 것이 나을까?
A: 엔진은 내연기관의 특성상 중속(2천~3천rpm) 범위에서 기관의 힘과 연료 소비 특성이 가장 좋다. 대체로 시속 60~80km 구간에서 정속 주행을 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일정한 속도로 서서히 속도를 올리되, 정속 주행 범위로 기어와 엔진 회전수를 빨리 맞추는 것이 좋다. 일정 속도에 오르면 가속 페달을 거의 밟지 않고 탄력을 이용해 주행하고 오르막길에서는 미리 가속해 속도를 붙여 신속하게 오르고, 내리막길에서는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고 관성을 이용해 퓨얼 컷 기능을 활용하자.
Q: 급출발·급가속·급제동을 자제하라고 한다. 급제동을 할 때도 연료가 소비되나?
A: 급출발이나 급가속을 하게 되면 자동차의 엔진은 필요 이상으로 많은 양의 연료를 분사하게 된다. 특히 자동변속기 차량의 경우 RPM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연비가 떨어진다. 그러나 급제동을 할 때도 연료가 더 들어가는 건 아니다. 하지만 주행 중에 분사한 연료의 힘을 주행에 다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연료를 낭비하는 결과를 낳는다.
도움말·장종관 영남이공대 자동차과 교수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 에코드라이브(Eco Drive)
자동차 운전자 스스로 친환경 운전, 안전 운전, 경제 운전 행동을 최적화하여 배기가스 감축, 사고예방, 자동차 수명 연장,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는 신개념의 운전 행동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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