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허점투성이' 公企業 내부 감사 시스템

외환위기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말이 '공공부문 개혁'이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 '공기업' 얘기만 들어도 국민은 고개를 돌린다. 도대체 정부는 공기업 개혁에 대한 의지가 있는 것인지 심각한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도 정권 초기의 '통과 의례'쯤으로 여기고 대충 넘어가 버린다면 공기업 비리는 또 한 단계 높아진 악의 온상으로 발전할 것이다.

어제 이윤호 지식경제부장관은 국회 공기업관련대책특위에서 "내부 감사 시스템에 허점이 있었다고 인정한다"며 "내부 감사시스템과 공직 감찰을 강화해 앞으로 비리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그야말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속 터지는 답변이다. 공기업은 규모나 성격상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어 감시의 끈을 조금이라도 늦추면 권력형 비리로 확산된다. 그런데도 여태껏 내부 감사 제도마저 허점투성이였다니 비리를 눈감아 준 것이나 다름없다.

검찰 수사 결과를 보면 공기업 비리가 갈수록 치밀해지고 대담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검찰은 올 4월부터 석 달간 전국 40개 공기업 비리를 집중 단속한 결과 21개 공기업 비리를 적발, 37명을 구속기소하는 등 모두 104명을 기소했다. 사례를 보면 기가 막힌다. 도로공사의 과장은 공사를 발주해준 대가로 태국에서 성매매 접대를 받는가 하면 근로복지공단 직원은 공금을 3년간 15억 원이나 빼돌렸는데 이 중 1천만 원을 로또 복권 구입에 사용했다. 한국기계연구원의 연구원은 과학기자재 도매상으로부터 물품을 구입한 것처럼 꾸며 22억 원이나 빼돌렸다.

기업 자금 수십억 원을 빼돌렸는데도 자체에서 걸러지지 않고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는 것은 공기업 경영이 얼마나 허술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공기업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국가가 투자한 기업이다. 따라서 어느 기업보다 경영이 엄격해야 함에도 불구, 이처럼 감시의 무풍지대에 있었으니 그 비리의 끝이 어딘지 가늠하기 힘들다. 아마 이것도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지 모른다. 수사는 이제부터 다시 시작돼야 한다.

그리고 정부의 개혁 의지가 꺾여서는 안 된다. 공공부문 개혁 없이는 이명박 정부는 한 발짝도 나갈 수가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미 엄청난 비리가 드러나 있고 국민 대다수가 원하는 공기업 개혁조차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면 이명박 정부는 불신의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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