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행정형벌 개정, 惡用 여지 없애야

정부가 행정형벌과 행정제재처분 합리화에 나섰다. 법무부는 종업원 범죄에 대해 사업주에게 연대 책임을 묻는 兩罰(양벌)규정을 개정하고 행정형벌을 過怠料(과태료)로 전환하겠다고 최근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 보고했다.

예를 들면 현재는 공사현장에서 근로자 잘못으로 안전사고가 발생해도 최고경영자까지 처벌받는다. 법무부는 종업원이 잘못하면 기업주와 법인이 관리 감독과는 상관없이 책임졌던 양벌규정 392개를 사업주에 대해서는 잘못이 있을 때만 책임지는 '과실 책임주의' 방식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또 종업원 명부를 비치하지 않고 술집 영업을 하다 적발되면 업주는 3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 벌금형에 해당된다. 그러나 앞으로는 각각 300만 원 이하 과태료만 내면 되도록 바꾸기로 했다.

지난해 행정법규 위반으로 처벌받은 사람은 모두 78만30만 명으로 일반 형사사범 44만 명의 2배나 됐다. 행정형벌 전과자도 해외여행이나 취업, 입찰 등에서 불이익을 받게 된다. 과태료는 형벌에 속하는 벌금과 달리 전과 기록이 남지 않는다. 법무부는 행정법규 위반에 비해 지나친 행정형벌 151건을 과태료로 바꿀 계획이다.

법무부의 이번 조치는 개인과 기업의 불편을 덜고 경제 활동을 자유롭게 보장해 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의 행정형벌은 규제의 濫用(남용)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면서도 오랫동안 고쳐지지 않고 개인과 기업의 사회 활동을 위축시켜 왔다는 점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비즈니스 프렌들리'가 비로소 구체화하고 있음을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다. 법무부는 양벌규정 개선으로 6천여 명, 행정형벌의 과태료 전환으로 10만 명의 전과자가 줄어들 것이라 한다. 이들이 법원 재판까지 드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법 개정이 惡用(악용)될 여지도 없지 않다. 양벌규정을 폐지하면 사실상 사업주의 묵인 내지는 지시 아래 종업원들의 불법'불공정 행위가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형사 처벌을 면하려고 사업주는 무관하다고 주장하거나 관리감독을 충실히 했다고 주장할 것이다. 이에 대한 옥석 구분이 더욱 중요해졌다. 좋은 의도가 악용되는 일이 없도록 시행에 앞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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