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마지막 강의'

우리 사회에 '웰 빙(well-being:참살이)'붐이 일면서 '웰 다잉(well-dying)'에 대한 관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잘 죽는 것이 곧 잘 사는 것' 즉 '웰 빙'과 '웰 다잉'이 별개의 것이 아니라 결국은 하나라는 것을 깨달아 가고 있는 것이다. 대학과 각종 사회 교육기관 등에서 열고 있는 '죽음 준비 교육'이 새롭게 관심을 얻기 시작하는 것도 이런 흐름을 반영한다.

'죽음준비 교육'은 언젠가 맞게 될 죽음을 직시하며 일상을 통해 마음의 준비를 다짐으로써 지금의 삶을 더욱 충실하게 가꾸자는데 목적이 있다. 入棺(입관) 체험이나 미리 유언장을 써두는 것도 이런 의미에서다.

시한부 인생을 살면서도 삶에 대한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태도로 수많은 사람들을 감동하게 했던 랜디 포쉬 미 카네기 멜론대 교수가 지난 25일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다. 47세라는 나이가 안타깝기는 하지만 그를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은 슬픔 가운데서도 그가 남겨준 '희망'이라는 선물을 안고 다시금 감동에 젖고 있다.

췌장암 말기 선고를 받고 투병중이던 작년 9월, 포쉬 교수는 동료 교수 등 400여 명 앞에서 '어릴 적 꿈을 성취하는 방법'이라는 주제의 고별강연을 했다. 약 80분간의 강연 내내 그는 넘치는 활기와 유머속에서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 '감사', '사랑'을 얘기했다. 웃음으로 시작된 청중들의 반응은 끝내 감동의 눈물로 이어졌다. 그것은 그해 12월 '마지막 강의(The Last Lecture)'라는 제목으로 유튜브에 올려졌고 삽시간에 전세계 네티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화제의 강의 동영상은 원래 포쉬 교수의 아직 어린 세 자녀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훗날 아이들에게 자신들의 아버지가 얼마나 자식들을 사랑했는지를 느끼게 하고 싶어서였다. 그것은 이제 지구촌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신저가 되고 있다. 죽음을 앞둔 환자들과 자살하려는 사람들, 현실의 벽에 부딪쳐 꿈을 잃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용기를 주고 있다. 임종 순간까지 유머를 잃지 않았다는 포쉬 교수처럼 삶의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불어넣어주고 있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이자 生死學(생사학)의 창시자인 퀴블러 로스는 "죽음은 여행"이라고 했다. 무릇 멋진 여행을 하려면 준비를 잘 해야 하는 법이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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