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 매력상실인가, 아니면 국내 투자자의 주도권 확보인가'
한국 주식(코스피) 시장에서 2000년 이후 8년만에 처음으로 외국인 지분율이 30%로 떨어지면서 한국 증시의 '체질변화'가 뚜렷하다.
30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28일 기준 거래소 전체 시가총액 811조7천416억원 중 외국인 보유 금액은 242조6천211억원으로 29.89%를 기록, 외국인 비중을 집계하기 시작한 2001년 이후 처음 30% 밑으로 떨어졌다. 물론 29일에는 30% 선을 회복하기는 했지만 외국인 썰물 현상은 뚜렷하다. 2001년 30.47%, 2003년 10월에는 40%대로 진입했고 2004년 4월 44.12%로 최고점을 찍은 후 감소 지속적인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연초부터 '셀 코리아'에 나선 외국인 투자가들이 한국 증시에 매력을 잃어가고 있고 글로벌 경제의 불안에 따른 위기관리 등으로 외국인들의 매도공세는 지속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반면 외국인 지분율 하락은 국내 투자자들이 주도권을 찾아오는 과정으로 특히 기관 투자가들의 영향력 증대는 긍정적인 측면도 많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 증시 매력 저하
외국인들의 매도공세는 글로벌 경제의 불안요소 때문에 빚어진 현상. 한국 증시는 현재 주가수익비율(PER)이 10배로 저평가됐다는 분석이 있지만 선진국 시장과 경쟁 신흥시장의 주가이익비율(PER) 10~13배에 비해 가격 매력이 크게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경기 불안으로 기업이익 전망치가 낮아지고 있어 한국 증시의 저평가 매력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
또 전세계적인 경기불안이 닥치면 신흥국가들이 먼저 타격을 받기 때문에 위험관리 차원에서 한국 등 신흥시장의 자금을 뺄 수 밖에 없고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신용경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자금확보 수단으로 주식을 매도하는 것도 '셀코리아'의 배경이다.
이승수 CJ투자증권 대구상인지점장은 "한국 경제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개선 가능성이나 폭이 큰 것도 아니고 가격 매력이 높지도 않기 때문에 외국인의 매도 공세는 당연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 외국인 지분율은 얼마까지 떨어질까. 글로벌경기 둔화 우려가 지속되고 있고 한국 경제도 큰 흐름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외국인의 매도 공세는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돼 한국 증시에서 차지하는 외국인 비중이 25%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이 나오고 있다.
류창곤 굿모닝증권 대구지점장은 "신흥시장에서 외국인 비중이 평균 27%여서 한국 증시의 외국인 비중은 아직도 높은 수준이다. 글로벌투자은행들이 내년 상반기까지 부실상각을 지속할 것으로 보여 외국인 매도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투자자 주도권 확보는 긍정적
외국인의 매도는 국부 유출을 가져오고 증시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킨다는 문제가 있지만 외국인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대신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위상이 높아진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외국인은 2004년 이후 증시가 지난 5년간 대세 상승을 이어오는 동안 지속적으로 매물을 내놓아 30조원 이상의 이익을 실현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외국인들의 이탈로 외국인들의 원래 투자자본과 함께 30조원이라는 거액이 함께 빠져 나감으로써 국부가 유출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외국인의 '셀코리아'움직임은 외국인이 독식했던 국내 우량주에 대한 기관투자가들의 영향력 증대를 가져온다. 삼성전자의 경우 2004년말 외국인 지분율이 54%대에 이르렀으나 28일에는 43%대로 떨어졌고 현대차의 외국인 비중도 절반 가까이 줄어 27.9%로 감소한데서 보듯 기관투자가들의 영향력 증대가 두드러진다.
외국인이 떠나간 자리를 국내 투신사와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대신함으로써 과거처럼 외국인들의 움직임에 시장이 좌지우지되는 현상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서상택 현대증권 대구동지점장은 "자유경제 시장에서 외국인에 의한 국부유출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앞으로 투자행태를 개선해 국내 증시가 외국인에 덜 휘둘리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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