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의 모리 교수가 남긴 삶과 사랑에 대한 마지막 메시지라고 소개돼 있다. 심리치료사이며 상담가인 지은이 폴라 다시가 어려움에 처한 세 사람을 만나 나눈 이별과 상처에 관한 이야기다. 죽음을 앞둔 모리 교수, 세상과 소통하기를 거부하던 소년, 음주운전으로 복역 중인 여자.
상담가인 폴라 다시는 1975년 교통사고로 남편과 아이를 잃었다. 사고 당시 그녀는 임신 중이었다. 남편을 잃은 후 아이가 태어났다. 혼자 아이를 키우던 그녀는 1987년 재혼했으나 두 사람 모두에게 이롭지 못한 결정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결혼했으므로 그녀는 이별도 그럴듯하게, 남들 보기에 우스꽝스럽지 않게 치르고 싶었다. 그러나 어려운 일이었다. 그럴듯한 이별이 두려워 그녀는 망설였다. 그러나 심리분석가 에델 퍼슨의 말이 그녀에게 용기를 주었다.
'어떤 일이 일생의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면, 그 일은 굳이 좋게 끝나지 않아도 된다.'
자기 자신도 알 수 없는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체면을 구길 수 없었던 그녀는 이 말에 용기를 얻어 남편과 이혼했다. 이혼은 남편과 자신, 모두에게 아픔을 주었다. 그 결정이 이로운 결정인지 해로운 결정인지 알 수 없다. 생활은 형편없이 나빠졌다. 이사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가구 몇 점을 내다 팔아야 했다. 비좁은 집, 불편한 주차, 불편한 잠자리, 풍로를 사용하면 화재경보기가 울리는 환경…. 그러나 적어도 그녀는 외면하고 있던 '자기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됐다. 상담가인 그녀는 남편이 사고로 죽던 날도 남의 아픈 사정을 위로하고, 남의 아픈 사정을 귀기울여 들어야 했다. 도대체 무슨 꼴인가!
상담가이며 그 자신 상처 입은 사람인 폴라 다시는 자신의 현실적 고통을 씨줄로 죽음을 앞둔 모리 교수, 세상과 소통하기를 거부하는 소년, 음주운전으로 한 남자와 아이를 죽인 여자와 만난다. (폴라 다시는 다른 누군가가 낸 사고로 남편과 아이를 잃은 사람이다.) 폴라 다시와 세 사람은 서로의 사연을 주고받으며 죽음과 상실, 이별의 상처를 보듬어간다.
이 책은 특히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의 주인공 모리 교수와 만남, 그리고 그가 자신이 죽은 후 전하고 싶어한 메시지들을 담고 있다. 대중의 관심을 받기 전부터 지은이 폴라 다시의 상담을 받고 있던 모리 교수는 루게릭병 진단을 받은 후부터 죽음을 맞을 때까지 매주 두 번씩 지은이를 만났다. 두 사람은 상담자와 내담자가 아닌 인간 대 인간으로 대화를 나누었다고 밝히고 있다.
모리 교수는 자신과 폴라 다시가 나눈 이야기를 "내가 죽거든 사람들한테 전해 주게"라며 공개할 것을 요청했다. 모리는 자신과 폴라 다시가 경험한 것들이 사람들에게 큰 힘이 되고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폴라 다시는 음주운전 사고로 복역중인 여성 줄리아와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며 두 사람은 울었다. 마지막으로 줄리아를 면회하던 날 폴라는 비밀스럽게 작은 선물을 전달해주려고 했다. 죄수에게 물품을 몰래 전달하는 것은 명백히 불법이었다. 경비원들이 삼엄하게 감시하는 가운데 그녀는 몇 개의 관문을 통과하고 줄리아와 악수하며 자신이 준비한 선물을 전했다. 마약이나 총기 따위가 아니라 매끄럽고 작은 도자기 장식품이었다. 이 도자기 장식품은 폴라 다시가 분신처럼 아끼던 물건이었다.
악수하고 몰래 준비한 선물을 줄리아의 손아귀에 쥐여주고 두 사람은 작별했다. 훗날 폴라 다시를 다시 만난 줄리아는 이렇게 말했다.
"그 물건 자체는 중요하지 않았다. 두 마음이 위험과 비밀을 공유했다는 것, 그것이 의미 있었다."
모리 교수는 지은이와 처음 상담할 때 오만한 태도로 임했다. 그러나 죽음이 임박하자 그는 자신이 죽어가고 있으며 이런저런 규칙을 붙잡고 있을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치료지침이 확실했던 지은이는 이 부탁을 거절하려고 했다. 그러나 수습 치료사 시절 만났던 소년 스콧과의 추억을 되살리고 규칙을 허물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야말로 마음의 문을 여는 행위이며, 치유행위임을 깨닫는다.
지은이 폴라는 치료지침 혹은 관습의 규칙을 버리고 사랑의 규칙을 따라 죽음이 임박한 모리 곁을 지켜준다. 그녀가 치료지침과 관습의 규칙을 버리자 모리 교수는 일상적인 삶의 축복에 감사하고 그것을 떠나보내는 슬픈 작업에 임하게 된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모리는 이렇게 고백한다.
"우리는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지. 사랑할 수 있는데도, 사랑하지 않는 쪽을 택하는 거야."
모리 교수의 고백은 우리가 이별 앞에서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지은이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이 책에서 밝히는 모리와의 관계, 풍성한 체험의 시간을 빚어낸 그 관계는 정말이지 예외적인 것이었다. 상담치료 시간에 벌어진 일은 철저히 비밀이 보장된다. 모리가 명백히 세상과 공유하기를 바란 부분들만 밝힌다. 우리의 첫 만남, 그리고 우리 두 사람이 삶과 죽음의 신비를 함께 탐색하는 동안 일어났던 가슴에 사무치는 일련의 사건들이 바로 그것이다. 모리는 죽는 날까지 삶을 사랑했다. 그렇다. 우리에게는 아직 경험하지 못한 사랑이 많다.'
지은이 폴라 다시는 영성지도자이며 상담가로 미국과 캐나다를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곤경에 처한 이들의 영적 계발과 성장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교통사고로 남편과 어린 딸을 잃은 고통을 안고 있으며 자신의 아픔을 보듬고 노먼 빈센트 필 박사가 창설한 필 재단에서 상담치료사로 일하며 슬픔과 상실에 직면한 이들을 도왔다. 제3세계 및 낙후 지역 주민들과 교도소 수감자들을 위한 단체인 레드버드 재단을 이끌고 있으며 현재 딸 베스와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다. 196쪽, 9천800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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