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건군 60주년

중국 서한시대 桓寬(환관)이 쓴 '鹽鐵論(염철론)'에 '衣缺不補, 則日以甚. 防漏不塞, 則日益滋'(해진 옷을 깁지 않으면 날로 심해지고, 새는 둑을 막지 않으면 날로 불어난다)라는 구절이 있다. 외부 위협에 대비하지 않거나 대응하지 못하면 상황을 되돌리기 힘들다는 말이다. 자연 재앙이든 외적의 침입이든 자기 몸과 재산을 해칠 수 있는 위험으로부터 방비를 강조한 것이다.

오늘은 이 구절이 새삼 되새겨지는 국군의 날이다. 게다가 올해는 건군 60돌을 맞는 해이기도 하다. 1948년 정부수립과 함께 국군조직법을 근거로 그해 9월 국방경비대가 육군으로 개칭되면서 출발했다. 분명 당시는 사람만 있었지 무기라고는 빈약하기 그지없었던 시절이었다. 심지어 탱크조차 한 대 없던 군대였다. 그런 국군이 60만 병력에 이지스함, 유도미사일 등 첨단무기를 갖추고 强軍(강군)으로 성장한 것은 분명 자랑스러워할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늘 안보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방어력이 높아진 만큼 우리를 위협하는 외부 환경의 위험도도 한층 높아졌기 때문이다. 당장 북한 핵과 미사일이 골칫거리이고 급속한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치열하게 군비경쟁을 펼치고 있는 중국'일본의 화력은 우리의 방어력을 넘어서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염철론이 경계한 대로 위험에 대비하는 마음자세와 실제 행동의 중요성을 알아야 한다.

최근 정부가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두고 제주도민과 시민단체들의 반발에 부닥치자 '제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라는 명칭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평화의 섬' 제주의 이미지도 중요하지만 과연 그것이 전부인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2차대전 당시 영국 처칠 수상은 미국의 참전 소식에 "이것으로 히틀러와 무솔리니의 운명은 결정되었다. 일본도 산산조각나게 되었다"며 드러내놓고 기뻐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독일의 무력 앞에 떨어야 했던 영국의 비참한 현실을 타개할 수 있다는 희망의 외침이었다.

그런 점에서 건군 60주년과 국군의 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유사시를 대비하는 노력이 없다면 우리 또한 60여 년 전 처칠이 했던 똑같은 말을 내뱉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건군 60주년을 맞은 이 시점에서 우리의 국방력과 안보의식을 다시 한번 돌아본다.

서종철 논설위원 kyo4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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