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가을 되면 단풍 드는 까닭

잎 속 붉고 노란 색소가 발현

만산홍엽. 단풍의 계절이 돌아왔다. 해마다 10월과 11월 전국의 산하가 울긋불긋 물이 들면 그 아름다운 풍광을 보려는 등산객과 나들이객들로 유명 단풍관광지는 몸살을 앓는다.

그럼 왜 가을이 되면 여름에 그렇게 녹음을 자랑하던 나무들은 단풍이 드는 걸까.

직설적으로 말하면 단풍은 나무가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한 월동채비로 볼 수 있다. 봄과 여름 나무는 무성한 잎을 피워 성장 에너지원인 탄수화물을 얻는다. 이른바 하나의 잎 속에 들어 있는 무수히 많은 엽록소를 통해 공기 중에선 이산화탄소를, 뿌리에선 물을 빨아올려 자양분인 탄수화물을 만드는 광합성 작용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 눈이 시릴 만큼 잎이 푸른 것은 엽록소가 녹색의 색소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온이 떨어지고 공기가 건조해지는 가을이 되면 잎과 가지사이에 '떨켜'라는 세포층이 생겨나면서 잎에 물과 양분을 나르는 기관을 막아버린다. 따라서 더 이상 광합성작용을 하지 못하는 엽록소들은 서서히 분해하고, 대신 카로티노이드(Carotenoid'노랑, 주황, 빨강색을 띠는 무질소성 색소)와 안토시안(Anthocyan'식물의 꽃과 잎 등의 세포액 속에 들어 있는 빨강, 파랑, 초록 따위의 빛깔을 내는 색소)이라는 색소들이 잎 전체를 점령하면서 우리가 눈으로 봤을 때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단풍이 되며 시간이 흐를수록 잎은 다음해를 기약하며 낙엽신세가 된다.

여름철 나뭇잎에도 물론 카로티노이드나 안토시안과 같은 색소들이 있으나 워낙 왕성한 활동을 하는 엽록소가 많은 탓에 이들 색소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이 때 엽록소의 분해과정에서 안토시안이 생성되는 나무는 붉은 색 혹은 갈색의 단풍이 들고 안토시안이 생성되지 않는 나무는 녹색에 가려 보이지 않던 카로티노이드라는 노란색소가 두드러지면서 노란색 단풍이 들게 된다.

카로티노이드는 엽록소처럼 봄과 여름에도 잎 속에서 양분을 만들어내는 색소지만 가을이 되면 엽록소에 비해 파괴되는 속도가 느려 그 화려한 색을 볼 수 있게 된다. 안시안은 잎 속에 남아 있던 당분 성분이 변해 만들어진 색소이다. 흔히 산에 불이 난 것처럼 붉게 보이는 단풍이라는 게 알고 보면 나뭇잎에 당뇨병이 깃든 현상으로 비유될 수 있다.

겨울에 나무를 관찰하면 마치 죽은 듯이 보이지만 잎이 떨어진 가지 끝엔 겨울눈을 달고 있다. 이 겨울눈을 통해 나무는 봄이 되면 다시 잎과 줄기, 꽃을 피운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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