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복이야기]혼주도 한복으로

신부-녹의홍상 기본'파스텔톤 색동저고리 유행

때론 눈을 감으면 전통 혼례풍경이 떠오른다. 사모관대 차림의 신랑, 원삼족두리의 신부, 잘 차려진 교배상 위 홍청단에 싸인 닭과 밤, 대추…. 참 정겹고 마음 따뜻해지는 풍경이다. 하객들의 축하를 받고 수줍게 합환주를 나누고, 그렇게 백년해로를 약속하며 우리 부모님들은 새로운 인생의 문을 열었던 것이다.

요즘의 결혼식 풍경은 어떠한가. 한복은 양가 어머니들만 입고 간혹 폐백받는 분들만 오래된 한복을 입은 모습이 눈에 띈다.

20~30년 전만 해도 절반 이상이 한복을 입고 예식장을 찾았다. "갖춰 입어주는 것도 부조"라며 기어이 한복을 다려입고 나서던 어머니를 보며 자란 나는 요즘의 변화가 섭섭하고 낯설기만 하다.

양가 혼주는 어떤가. 아버님들은 양복에 꽃을 꽂고 흰 장갑을 끼고, 어머니들은 한복차림이다. 그런데 이는 양복과 한복의 부조화로 어색할 수밖에 없다. 한번은 혼주에게 조심스레 이같은 부조화에 대해 지적했더니, 의견을 반영해 양가 혼주 모두가 한복차림으로 예식을 치른 뒤 "덕분에 진지하고 격조있는 결혼식을 치렀다"며 전하는 인사말을 들었다.

요즘들어 이처럼 아버님들이 두루마기까지 갖춘 정복차림으로 하객을 맞는 혼례문화가 차츰 번지고 있다. 이렇게 하니 하객들조차 깍듯해지고 조심스러워지더라는 반응이다. 왠지 예의를 갖춰야 할 것 같고, 끝까지 자리를 지켜야 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는 것이다. 각종 이벤트를 진행해도 나름 즐겁고 어수선함이 사라졌다하니 이것이 한복의 힘이 아닐까? 그러다 보면 친지들도 예의를 갖춰 옷을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신부 입장에서 봤을 때 주로 시어머니는 푸른 계열, 친정 어머니는 붉은 계열의 한복을 입는다. 시어머니는 서슬이 퍼렇다고, 또는 하늘처럼 받들라고 푸른색이고, 천정어머니는 분하다고 분홍색이라는 우스운 속설도 있지만 이는 음양의 조화와 합일을 일컬음이다. 하지만 요즘은 똑같은 옷을 입는 경우도 많다. 그런 경우 한쪽만 어울릴 때가 더 많기 때문에 치마색상은 같이 하더라도 저고리색으로 변화를 주는 것이 좋다. 사람마다 피부색과 스타일이 다르므로 너무 틀에박힌 색은 피하고 장래성을 고려해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신부한복은 녹의홍상이 기본이지만 요즘은 노랑계열이 우세이고 파스텔톤의 색동저고리가 유행이다. 흔히 치마색에 어울리는 배자와 저고리를 추가하는 것은 예로부터 짝을 맞춰 가지않는 풍습에 기인한 것. 사실 집안 형제의 결혼식에 녹의를 입는 것은 예의가 아니므로 저고리 하나를 추가, 실용성을 더 하려는 배려이다. 요즘엔 저고리 대신 개량한복을 추가해 명절에 편하게 입기도 한다.

신랑한복은 불편하던 바지에 지퍼를 달고 대님도 고정시켜 실용성이 커졌고 조끼, 마고자 대신 배자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배자의 유행은 신부와 커플한복을 맞추기 때문이기도 하고 날씨가 더워진 것도 이유이다. 신랑한복도 양단 일색에서 좀 더 얇고 가벼운 명주나 무늬견류로 변화하고 있다. 색상도 검정에서 자주'진녹색'진보라'진회색 등으로 바뀌어가는 추세이다.

그 나라의 전통의상은 단순히 옷이 아닌 조상의 얼이요, 나라의 정신이다. 우리 스스로 지켜주지 않는다면 민족의 근간은 뿌리째 흔들릴 것이다. 010-2501-2020.

손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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