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예쁘다! 바람개비다!"
평소 열차 운행 횟수가 적어 사람의 발길이 뜸한 점촌역. 대구·구미를 거쳐오는 기차가 도착하는 오전 10시 14분, 꼬마 손님 300여명이 한꺼번에 내려 텅 비어있던 역은 금세 꽉 찬다.
재잘거리는 유치원생들을 가장 먼저 맞는 것은 이 역의 명예역장 아롱이와 명예부역장 다롱이. 아이들에게 인기 최고다.
가을바람에 한들한들 부대끼는 코스모스는 시골역의 정서를 물씬 풍기고 여기에다 선로를 따라 늘어선 88개의 바람개비는 볼거리를 선사한다.
구미·왜관 등에서 기차를 타고 점촌역을 찾은 유치원생들은 역 이곳저곳을 다니며 각종 체험학습을 하느라 여념이 없다. 역사 내에서 색종이와 수수깡으로 바람개비를 만들어 직접 바람에 날려보기도 한다. 직접 역장이 되어 친구들에게 '파리', '베이징'가는 기차표를 나눠주기도 하고 친구들과 함께 철길을 걸어본다. 체험학습 최고의 인기 코너는 핸드카 타기. 1990년대까지 선로 정비작업에 사용되던 핸드카에 올라타고 철로를 따라 신나게 달린다. 오후 3시 25분, 다시 돌아가는 기차가 올 때 까지 신나는 하루 체험으로 손색이 없다. 한울림 어린이집 박상미 선생님은 "역이 아담하고 프로그램도 풍부해 아이들이 좋아한다"고 만족해했다.
9월부터 체험학습장으로 문을 연 점촌역은 입소문을 타고 매일 200~400명 가량의 아이들이 찾는 인기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각종 체험학습 비용은 무료. 기차표만 끊으면 된다.
사실 점촌역은 하루 6차례 여객열차가 서고 하루 400명 남짓한 주민들이 이용하는 평범한 작은 시골역. 점촌역이 유치원생들에게 최고 인기를 누리는 체험역으로 바뀐 데에는 직원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뒷받침됐다.
"지난 5월, 다른 역 직원들까지 힘을 보태 잡초를 뽑아내고 그 자리에 코스모스를 심었어요. 명예역장실도 직원들 솜씨고, 나무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시를 매달아놓은 '시(詩)나무' 등 직원들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한국철도공사 경북남부지사 강병규 차장의 말처럼 점촌역은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직원들의 손으로 일궈낸 것이다.
꼬마 손님들이 붐비기 시작하면서 점촌역 직원은 물론 다른 역 직원들도 비번인 날엔 아예 점촌역으로 출근한다. 점촌역 직원 4명으로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 KTX 캐릭터에 들어가 아이들과 사진촬영도 해야 하고 핸드카를 직접 밀어줘야 한다. 체험 프로그램 재료들도 직원들이 손수 준비하기 때문에 일손이 여간 바쁜 게 아니다.
물론 힘은 들지만 신이 난다.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직원들은 "죽어있다가 살아난 분위기"라며 역의 변화를 놀라워한다.
점촌역 박노대 역무원장은 "출근해서부터 퇴근하는 순간까지 쉴새없이 바빠졌지만 너무 좋다"면서 "전엔 이용하는 사람이 적어 무력한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그런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다"고 전했다.
지역 '문화의 메카' 역할도 겸하고 있다. 지난달 23일엔 문경지역 시인의 시낭송회와 시화전이 열렸다. 앞으로 음악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계획 중이다. 점촌역에서 7km 거리인 주평역도 테마체험역으로 꾸미고 있다. 전국 철도역 중 유일하게 완목식 신호기를 이용해 화물열차 취급을 하고 있어, 마니아들 사이에선 '살아있는 철도시설 박물관'으로 불리기도 한다. 완목식 신호기는 현재 사용되는 전자식 신호기와 달리 수동으로 조절되는 것으로, 역무원이 육중한 출발신호기 레버를 손으로 내리면 열차 진입을 허가한다는 뜻으로 완목식 신호기가 45도 각도로 내려간다. 현재 점촌역 역무원이 이를 담당하고 있다. 정보취득은 점촌역카페(http://cafe.daum.net/555-7788). 문의는 대구역 053-940-2312, 철도공사대구지사 053-940-2169.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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