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원성 높은 사채, 그 실체는…연예인 잇단 자살에 관심집중

자살한 탤런트 안재환씨가 사채 문제에 얽혀들면서 자살했다는 유족들의 호소와 2일 숨진채 발견된 최진실씨마저 사채와 관련된 인터넷 글로 인해 고통을 호소했다는 유족들의 말이 나오면서 새삼 '사채의 세계'에 대한 관심이 점증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사채업소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이 급증, 공식적으로 등록된 대구시내 대부업체만해도 최근 몇년새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무등록 대부업체는 등록된 것보다 훨씬 많아 대구시내에서만 최소 5천여곳 이상의 '사채업소'가 있을 것으로 보이며 이를 토대로 분석해볼 때 대구시내에서만 수십만명의 사채 이용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무등록 대부업체를 중심으로 '이자 폭탄'을 뿌려댈 위험이 곳곳에서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사채 전문업체 얼마나?

대구시에 등록된 대부업체는 모두 1천2곳(올 상반기 기준)에 이른다. 대부업체란 은행, 저축은행 등 제도권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리기 힘든 금융 수요자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 여신전문회사.

등록 대부업체는 최근 급증하고 있다.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형편이 나빠진 사람들이 크게 늘면서 '사금융'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

2005년말 691곳에 머물렀던 대구시내 대부업체 숫자는 2006년말 739곳으로 늘더니 2007년 연말에는 932곳까지 증가했고 올 상반기에는 마침내 1천곳을 넘어섰다. 대구시내 대부업체는 불과 2년 6개월만에 2배 가까이 증가한 것.

과거 대구 중심가에 몰려있던 대부업체는 대구시내 전 지역으로 분산돼 나가고 있다. 대구시내에서는 남구가 223곳으로 가장 많고 ▷달서구 197곳 ▷수성구 145곳 ▷중구 143곳 ▷동구 114곳 ▷서구 81곳 ▷북구 81곳 ▷달성군 18곳 등이다.

대구 남구가 '대부업체 최다 지역'으로 올라선 것은 도심에서 멀지 않은데다 사무실 임대료가 싸고 원룸촌의 밀집으로 인해 사금융 수요자가 많기 때문으로 대구시는 분석했다.

대부업계에 따르면 등록업체보다 무등록업체가 몇배나 더 많다. 등록업체는 연 49%까지 이자를 받을 수 있고, 무등록업체는 이자제한법 적용을 받아 연 30%의 이자밖에 받을 수 없는 탓에 지방자치단체에 등록을 하고 활동하는 것이 이자를 더 많이 받는데는 유리하다. 그렇지만 사실상 법에 규정된 이자보다 훨씬 더 많이 받는 경우가 상당수여서 무등록업체가 더 많을 수 밖에 없다는 것.

대구시내 한 등록대부업체 관계자는 "개인이 사채놀이를 하는 경우까지 포함하면 대구시내 사채업자가 1만곳은 안되어도 그 근처까지는 갈 것"이라고 했다.

◆이자는 얼마나 받나?

2일 오후 기자가 직접 인터뷰를 한 경력 7년의 한 대구시내 등록 대부업체 관계자 A씨. A씨는 "언론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연간 수천%의 이자를 챙긴다' 식의 말은 과장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월 10%정도 이자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신용이 안좋다고 판단되면 월 15%정도다. 100만원을 빌려갔다고 하면 월 10만원정도 이자가 붙는다고 보면 된다. 현행 법규(연 49%)보다는 많이 받는다. 하지만 월 단위 이자를 따진다해도 원금에 이자를 붙인 금액에다 또다시 이자를 붙이는 식의 영업은 하기 어렵다. 대부업체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의 절대 다수가 은행에서 퇴짜를 맞는 사람들인데 엄청난 이자를 붙여버리면 돈을 못 갚는다. 게다가 월 20%의 이자만 '때려도' 부담스러워한다. 대부업체도 영업을 해야하는데 고객이 부담스러워하는 이자를 제시하겠느냐"고 했다.

그는 또 "법정 이자보다 왜 많이 받느냐고 하지만 돈을 빌려간 사람들 10명중 3명은 원금은 커녕 이자도 안 낸 채 도망간다. 이러다보니 위험을 감안한 이자를 붙일 수 밖에 없다. 요즘은 돈 받으러 가면 '나도 연탄불 때놓고 확 죽을까'라고 오히려 협박하는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안재환씨 경우와 관련, 그는 "대부업체에 오는 사람들은 통상 200만, 300만원, 많아봐야 1천만원이다. 대구시내 경우를 보면 안재환씨처럼 몇억원을 쓰는 사례는 없다. 이자율이 높은데 그런 빚을 감당하는 사람이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A씨에 따르면 "한번 이용한 사람 입을 통해 손님이 또 오고, 생활정보지에 부정기적으로 광고도 한다. 전문직도 가끔 이용하는 등 대부업체 수요층이 상상외로 엄청나게 넓다"고 했다.

◆규제는 있나?

올 상반기 대구경북지역을 비롯해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전국 대부업체 이용자의 상담 건수는 2천62건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16%나 증가했다. 고금리 횡포와 불법 채권추심에 대한 상담이 31%를 차지했고 대부분 무등록 대부업체를 이용했다가 피해를 당했다. 수사기관에 적발된 불법 사금융 업자와 그 관련자는 2004년 1천607명에서 2007년 4천986명으로 급증했고 올들어 8월까지만해도 3천659명에 달한다.

지난 4월 정부의 조사 결과, 사금융 이용자들의 평균 대출 이자율은 연 72.2%로 법정 이자율(연 49%)을 크게 웃돌았다.

불법 사금융업자들을 포함, 대부업체에 대한 규제 업무는 지방자치단체가 맡고 있다. 그러나 등록 대부업체만해도 그 숫자가 폭증하고 있어 등록 대부업체에 대한 제대로된 규제는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대구시 한 관계자는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대부업체가 크게 늘고 있지만 행정 공무원 몇명이 1천곳을 넘어선 대부업체를 대상으로 단속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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