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르포)연휴 잊은 청년실업자들

▲ 개천절 연휴가 시작된 3일 오전. 중간고사 기간이 시작되기까지 2주일 가까이 남았지만 경북대 도서관의 열기는 뜨거웠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 개천절 연휴가 시작된 3일 오전. 중간고사 기간이 시작되기까지 2주일 가까이 남았지만 경북대 도서관의 열기는 뜨거웠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연휴요? 그렇잖아도 1년 넘게 연휴인걸요."

지난 4일 오후 경북대 중앙도서관 인근 벤치. 내년 봄 졸업을 앞두고 있는 이모(28·4학년)씨는 다음주부터 시작되는 중간고사 준비는 엄두조차 못 내고 있다. 2년째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씨는 "어차피 대학 평점이 취업을 좌우하는 게 아니니까 기본만 하면 된다"며 "내년 상반기에도 합격하지 못해 또 도서관 생활을 할 생각을 하면 눈앞이 캄캄하다"고 했다.

◆'중간고사?' 취업준비가 먼저

개천절 연휴가 한창인 지난 3~5일. 대학 도서관에는 밤 늦도록 불이 꺼지지 않았다. 4일 오후 기자가 찾은 경북대 도서관 신관 1, 2층에는 300여명이 책과 씨름 중이었다. 20일쯤부터 시작되는 중간고사 기간이 코앞에 다가왔지만 학생들의 책상에는 '행정학개론', ' XX국어', 'OO상식' 등의 수험서만 가득했다. 토익 책들도 적잖이 눈에 띄었다.

2년전 졸업했다는 손모(25·여)씨는 "지금 도서관에 있는 사람 대부분은 취업 준비생일 것"이라며 "곧 중간고사가 시작되는데 그때는 어디에서 공부를 해야할지 걱정"이라고 했다. 옆자리에 있던 정모(24·여·4학년)씨도 "공무원 채용이 확 줄어든다는데 막차라도 탈 수 있을지, 사기업 시험이라도 준비해야 할지 혼란스럽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통계청이 지난 7월 말 발표한 경제활동인구 조사에 따르면 손씨처럼 일반적으로 첫 직장을 가질 나이인 25~29세 청년 390만4천명 중 105만명이 비경제활동인구에 포함돼 있다. 10명 중 3명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쉬고 있는 것이다. 특히 30세 미만의 경우 구직기간은 평균 11개월이었지만 4명 중 1명꼴로 구직기간이 1년 이상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졸업 2년차의 취업준비생 박모(30)씨도 "지난번 추석때도 취업 얘기가 나올까봐 친척집에도 못 가고 도서관에 나왔는데 지금이라고 다를 게 있겠느냐"고 했다.

◆청년층 5명중 1명은 '실업자' 또는 '예비실업자'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달 말 통계청의 '청년 노동력 저활용 정도'를 분석한 결과, 청년층(15~29세)의 체감실업률은 17.9%로 통계청 공식집계(7.3%)보다 10.6% 많았다. 구직을 단념한 사람이나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 시간제 근로를 하는 불완전 취업자, 취업준비인구 등을 사실상 '실업상태'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최근 신규 취업자 수가 소폭이나마 증가하고 있다고 발표했지만, 연휴에도 도서관에서 취업준비를 하는 청년층까지 포함하면 청년실업률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학과 사무실에서 일하는 김모(30)씨는 "정부의 실업 통계는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 주위에 취업을 못하거나 임시직인 졸업생들이 너무나 많다"며 "대학원에 입학하는 학생 대부분도 공부를 한다기보다 취업을 위한 시간적 여유를 가지려는 경향이 많다"고 했다.

반갑잖은 비정규직 취업률만 높아지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조사한 '2008년 취업통계조사'에 따르면 올해 4년제 대학 졸업생의 정규직 취업률은 48%로 지난해보다 0.7%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지만 비정규직 취업률은 19.6%로 지난해보다 1.7% 높아졌다.

'취업원서만 100장 넘게 써봤다'는 대학원생 이모(29)씨는 "지금이라도 직장을 잡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다"면서도 "나이가 들수록 정규직 선택 폭은 줄어들어 '진퇴양난'"이라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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