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학의 철밥통 깨기 바람 더욱 거세져야

KAIST, 서울대가 교수들의 정년 보장을 까다롭게 하면서 대구권 대학들도 앞 다퉈 교수들의 정년 보장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 이뤄진 각 대학의 정년 보장 심사에서 대상자의 상당수가 탈락 또는 유보되고 있는 것이다. 탈락을 예상한 대상자들은 아예 심사를 미루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이 모든 변화는 승진 심사를 연구실적 중심으로 개편하면서 일고 있다. 정년 보장이라는 교수사회의 오랜 철밥통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지역에서는 영남대가 그 선봉에 서 있다. 영남대는 최근 심사 대상자 7명 중 6명을 탈락시켰다. 탈락률로만 보면 86%에 이른다. 영남대는 다른 대학들과는 달리 교수 본인의 정년 보장 심사 유보조차 허락하지 않고 있다. 전체 대상자를 일괄 심사해 부적격자를 추려내는 것이다. 연구 안 하는 교수에 대해서는 본때를 보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경북대는 올 가을 학기 정년이 보장되는 부교수 승진 대상자 8명 중 5명에 대해서만 정년을 보장해 줬다.

정년 보장은 원래 능력이 탁월한 교수를 가려내 안정된 근무 여건 속에서 교육과 연구에만 몰두하도록 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승진 연한이 되면 자동으로 승진하고 정년이 보장되다 보니 교수들이 연구 활동을 소홀히 하는 타성이 생겨났다. 이는 우리나라 고등교육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면서 대학경쟁력은 최하위 수준으로 평가받는 원인 중 하나였다. 세계 대학평가순위에서 100위권 안에 드는 대학은 서울대(51위)가 유일하고, 200위권까지 넓혀도 KAIST(132위)가 고작인 것이 우리 대학의 현실이다.

대학이 대학다우려면 교수가 변해야 한다. 각종 제도적 뒷받침은 그 다음이다. 철밥통 교수들이 버티고 있는 한 대학 발전은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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