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할 때부터 아이를 낳으면 한글로 이름을 지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전통적인 사고방식의 어른들을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가장 큰 고민이었습니다. 그런데 부모님들이 너무 쉽게 허락했어요. 그때부터 국어사전을 펼쳐 놓고 매일 예쁜 이름 찾기에 몰두했어요. 예쁘고 좋은 뜻이 담겨있는 우리말이 예상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13명의 자녀 이름 모두를 순우리말로 지어 시민단체 '우리말 살리는 겨레모임'으로부터 '우리말 지킴이'로 선정된 구미 고아읍 황산교회 김석태(50)목사와 엄계숙(45)씨 부부. 이들 부부의 집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자녀를 둔 '다둥이 가족'으로 유명하다.
지난 1986년 4월 결혼한 김 목사 부부는 슬하에 5남 8녀를 두고 있으며, 13명 자녀 모두의 이름을 순우리말이나 사투리·고어 등으로 지었다. 엄씨는 "첫번째 태어날 아이들이 쌍둥이로 태어났으면 좋겠다 싶어 '환희·빛나'로 두 아이의 이름을 미리 지어뒀는데, 이듬해 딸아이 한명만 태어나 '빛나'(21)로 이름을 정했다"고 했다.
둘째 딸은 '사랑'이란 뜻으로 '다솜'(19·여)이라 지었고 세번째로 낳은 장남은 '하나님께 다 바친다'는 뜻의 '다드림'(16)으로 정했다. 이어서 넷째 '모아'(13·여·사랑합시다), 다섯째 '들'(13·들판 같은 넓은 마음을 가져라), 여섯째 '바른'(11·정직하고 곧게 살아라), 일곱째 '이든'(9·'착한 어린이'란 뜻의 고어), 여덟째는 '라온'(8.'즐거운'이란 뜻의 고어)이란 한글 이름을 지었다.
또 아홉째 '뜨레'(7·여)는 '사랑'이란 뜻의 제주도 사투리이며, 열번째 '소다미'(5·여)는 '소담스럽다'는 뜻을 지니고 있고, 열한번째 '나은'(4·여)은 '더 좋다'는 뜻의 순우리말이다. 열두번째 '가온'(2·여)은 '한가운데'란 뜻으로 세상의 중심이 되라고 이의근 전 경북도지사가 이름을 지었다.
지난해 12월에 태어난 막내 '온새미'(1·여)는 가르거나 쪼개지 않은 원래 그대로의 상태란 뜻인데 '언제나 변함없이 영원하라'는 뜻으로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특별히 이름을 선물했다.
엄씨는 "아이들이 비록 한자 이름은 없지만, 한문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가르치고 있다"며 "한글을 모르면 다른 외국어를 알아도 소용이 없는 만큼 한글의 소중함을 아이들 스스로 깨우칠 수 있도록 한글 표현력과 글자를 또박또박 필기하는 훈련을 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자신들의 아름다운 이름처럼 착하고 씩씩하게 잘 자라주는 것이 가장 자랑스럽습니다."
구미·정창구기자 jungc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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