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명의]계명대동산의료원 김정범 교수

우울증 조기발견'조기치료 체계구축 '매진'

"같은 우울증 환자라 하더라도 한국인과 미국인의 증상은 조금 다릅니다. 서양인들은 심리적 증상을 많이 호소하는 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신체적 증상을 더 많이 보이죠. 심리적 증상을 병으로 생각하지 않다 보니 화와 분노가 자꾸 쌓여 홧병으로 발전하고, 결국 몸이 아프게 되는 겁니다."

계명대동산의료원 정신과 김정범 교수의 전공 분야는 우울증이다.

2005년부터 '우울증의 한국형 표준 진단도구 및 평가지침 개발'이라는 연구과제 수행에 매진하고 있으며, 2014년까지 장기 진행하는 김 교수의 연구과제는 우울증 진단'치료에 대한 보건복지부 프로젝트(우울증 임상연구센터)의 5가지 주제 가운데 하나이다.

그는 "보건복지부 프로젝트는 정신과가 생긴 이래 가장 많은 예산이 지원되는 국가적인 사업으로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우울증 환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 세계보건기구(WHO)가 모든 질병의 전반적 부담을 분석한 결과 1990년엔 4위였던 우울증이 2020년엔 허혈성 심장질환에 이어 2위까지 치솟을 것으로 분석됐다는 것.

질병의 전반적 부담이란 치료에 필요한 사회'경제적 부담을 의미한다. 경제 발전과 핵가족화 추세에 따라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이 급증하면서 이에 따른 국가적 손실도 덩달아 불어날 수밖에 없는 것. 김 교수는 "일반적으로 우울증은 주부들에게 가장 많이 생겼지만 요즘은 잦은 실직과 청년실업 때문에 남자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는 양상"이라며 "가정 불화와 노인문제까지 겹쳐 우울증 환자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경향은 전세계적으로 비슷하며 미국은 우리보다 앞서 'Star☆D'라는 이름의 국가적 우울증 치료'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김 교수가 매진하고 있는 우울증의 한국형 표준 진단도구 및 평가지침 개발 연구의 목표 또한 이런 우울증 환자를 좀 더 빨리 발견, 조기치료 하는 데 있다. 우울증을 좀 더 쉽게 찾아낼 수 있는 진단설문지를 개발해 국내 우울증 환자의 임상적 특징, 자살위험자의 조기발견법, 우울증 형태 등에 대한 평가지침을 마련하겠다는 것. 김 교수는 "미국에서처럼 우울증 환자를 등록해 환자의 경과를 추적 관찰하고 있다"며 "연구 결과물에 따른 지침을 국내 정신과의사, 1차진료의, 내과의사 등에 보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울증 진단'치료분야에서 명성이 자자한 김 교수는 1997년부터 1년간 캐나다 토론토의대 부속 클라크 정신병원에서 선진 치료기법을 익힌 뒤 연구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여기에서 그는 공황장애'사회공포증'강박증'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같은 불안장애에 대해 연구했고, 국내 의료진들의 경험이 부족한 심리치료(인지행동치료)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김 교수가 98년 귀국 직후 만든 한마음모임 또한 환자들 스스로의 이런 심리치료에 주목한 결과였다. 한마음모임은 공황장애 환우들이 모여 서로의 어려움과 고통을 함께 해결해 나가는 단체. 선진국일수록 환자모임이 많아 의사의 치료뿐만 아니라 환자 스스로 역할 분담을 하고 있는데 전문가가 상당히 개입하면 지지모임(Support group), 순수한 환자모임은 자조모임(Self-help group)이라 부른다. 지지모임으로 출발한 한마음모임은 2003년부터 자조모임으로 발전했다. 김 교수는 "모든 정신과 환자는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며 "환자 자조모임은 그 힘에 시너지를 불어 넣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1992년부터 계명대동산의료원에서 정신과 진료를 시작한 그는 즐거움과 희망을 잃은 채 매일매일을 힘들게 살아가는 정신과 환자들이 이같은 자조모임이나 기타 치료를 통해 삶의 의미를 찾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김 교수는 "정신과 의사의 덕목은 환자의 말을 경청하는 것과 호전이 늦더라도 인내심을 가지는 것"이라며 "서구에서는 치료 효과가 우수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국내 임상의들에겐 아직 관심이 적은 인지행동치료'연구에 보다 매진해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과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프로필

△1982년 경북대 의대 졸업 △97년 경북대 의대 의학박사 △97~98년 캐나다 토론토의대 부속 클라크정신병원(불안장애클리닉) △92년~현재 계명대 의대 정신과 교수 △2004년~현재 대한불안의학회 부회장 △2005년~현재 한국인지행동치료학회 부회장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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