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극심한 가을 가뭄이 가져올 災殃 막아야

가을 가뭄이 심각하기 그지없다. 호수(댐)는 어느 것 없이 물 밑에 잠겼던 누런 허리를 드러냈다. 동네 산길은 먼지구덩이로 변해 등산객 바짓가랑이를 뿌옇게 더럽힌다. 높은 산에선 목마른 나뭇잎들이 단풍 물은 들어보지도 못한 채 허옇게 말라 황량해졌다. 영남 지방이 특히 심하다.

가을로 접어든 9월 이후의 강수량은 대구 평균 22㎜, 경북 48㎜ 정도다. 작년(대구 370㎜, 경북 407㎜)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어김없이 찾아들던 태풍 한 번 없이 가을이 닥친 결과다. 반면 기온은 아직도 여름 같이 높아 수분 증발량이 엄청나다. 호수들의 貯水率(저수율)이 자연스레 예년(30년 평균)보다 20% 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몇몇은 이미 30% 이하로 추락했고, 높은 것이래야 50% 정도다.

들판에선 김장배추 등 가을작물과 양파'마늘 등 월동작물 관리 부담이 커졌다. 산에선 숲이 불쏘시개처럼 변해 작은 불티에도 금방 불구덩이가 될 위험에 처했다. 나중에 비가 오면 먼지가 돼 있는 흙들이 휩쓸려 내려갈 터이니 산림토양 훼손마저 불가피하다. 안동호 등이 방류량을 줄이기 시작했으므로 上水(상수) 원수인 낙동강 수질의 악화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내년 봄까지의 갈수기를 어떻게 넘길지 위기감이 엄습한다.

그나마 다행인 건 시민들의 환경의식이 높아진 점이다. 스스로 나서 진작부터 이 가을 가뭄을 걱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각자가 물 사용량을 줄여야 한다는 사람이 있고 산불 방지에 특단의 각오를 해야 한다는 경우도 보인다. 이 시점에서 정부가 뭘 해야 할지 가리켜 보이는 대목이다. 그 개별적 관심들을 큰 컨센서스로 묶어 나가고 이끌어야 한다. 그래야 이 가뭄이 災殃(재앙)으로 이어지는 사태를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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