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53·대구시 동구 신천동)씨는 요즘 장사는 너무 안되는데 카드 수수료는 턱없이 높아 분통이 터진다. 김씨 가게의 카드 수수료는 2.7%. 매출의 90%가 카드 이용액이다. 김씨의 한달 매출 2천만원 가운데 카드 수수료는 60만원 정도. 한달 인건비가 고스란히 카드사의 몫으로 들어간다. 김씨는 "가맹점 수수료가 이익이 아닌 매출액에 붙어 부담이 크다"면서 "대형점포 수준으로 내려간다면 이익의 30~50%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불황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소상공인들이 카드 때문에 더욱 죽을 맛이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국내 소비자들의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카드 수수료가 지나치게 높은 것.
현재 지역 슈퍼마켓의 카드수수료는 2%. 대형소매점은 1~1.5%에 불과하다. 카드 사용이 보편화되다 보니 동네 슈퍼마켓에서도 카드 매출이 대략 2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 때문에 일부 가게에서는 카드를 잘 받으려 하지 않다가 주민들과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한다. 대구시 달서구 용산동 한 슈퍼마켓 서모(56)씨는 "경쟁이 치열해 마진폭이 갈수록 줄어드는데 카드 수수료 2%를 제외하면 남는 것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장길진 대구 동부슈퍼마켓협동조합 이사장은 "수수료가 대형소매점 수준으로 인하돼야 동네 슈퍼마켓들이 생존할 수 있다"면서 "대형소매점에겐 적게 받고 영세 소상공인들에게서 많이 받는 것은 카드사의 횡포"라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전국 소상공인 110명(음식·숙박업, 도·소매업, 자동차정비, 이·미용업, 목욕업, 세탁업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소상공인 자금유동성 및 경기동향 조사'에 따르면 지금 가장 필요한 대책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52.7% 가 '카드 수수료의 대기업 수준 인하' 를 꼽았다.
이렇게 높은 카드 수수료에 대해 카드사들이 조정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가맹점단체협의회(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한국의류판매업협동조합연합회, 한국체인사업협동조합 등 28개 단체 및 법인으로 구성)는 성명을 내고 "똑같은 음식점, 의류점이 한 곳은 대형백화점에 있고 다른 한 곳은 일반 상가에 자리잡고 있다는 이유로 가맹점 수수료가 2, 3배 차이가 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신용카드 수수료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대형상점, 대기업과 소상공인간 2배 이상 차이가 나는 수수료 격차를 최대 0.5%포인트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신용카드사들은 가맹점 수수료 추가 인하 여부에 대해 당분간 힘들다는 반응이다. 이미 2번에 걸쳐 수수료를 인하했고, 소액결제 손익 상승, 과다한 연체율까지 겹쳐 더 이상 소상공인들에 대한 혜택을 주기 어렵다는 것이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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