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드러난 금융권 不實, 방만 경영 책임 추궁을

튼튼한 줄 알았던 국내 은행들도 '돈 가뭄'에 빠졌다. 연말까지 돌아오는 25조 원 규모의 은행債(채)를 매입해 달라고 정부에 손을 내민 것이다. 한국은행은 오늘 은행채 매입과 시중에 2조 원 정도의 자금을 더 푸는 방안을 논의한다. 한국은행은 비상 상황에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의 하나로 은행채 매입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에 매입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국내은행도 미국은행과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는 점이다. 공공기관으로서의 역할보다 눈앞의 이익에 급급, 마구잡이식 대출과 펀드 판매로 수익을 올리는 재미에만 빠져 지냈다. 이 과정에서 은행채를 무분별하게 발행, 만기가 되자 돈을 구하지 못해 쩔쩔매고 있는 것이다. 지난 9일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를 0.25% 포인트 인하했는데도 시중 금리는 거꾸로 올라가는 기현상도 은행들의 돈 가뭄 때문이다. 국내 은행들도 역시 상업은행이 아닌 투자은행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한 것으로 보인다.

형편이 이런 데도 4대 시중은행장 연봉이 스톡 옵션을 제외하고도 6억~20억 원 수준이라고 하니 국민은 납득하기 어렵다. 외환위기 이후 국민 세금으로 살려놓은 금융회사가 아닌가. 리스크 관리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수익으로 '돈 잔치'를 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은행권은 부랴부랴 결의문을 통해 임원 연봉 삭감, 경비 절감 등 자구책을 내놓았지만 정부 눈치를 보며 생색을 내는 것에 지나지 않는 모양새다.

물론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생각하면 금리는 내려가야 한다. 그러나 시중에 돈을 풀어 이 문제를 해결하면 물가 상승은 피할 수 없게 된다. 결국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가는 국민들의 몫으로 돌아오고 서민들만 골탕먹는 그런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다.

지금 금융권에 자금 지원은 불가피하지만 97년 외환위기의 再版(재판)이 돼서는 안 된다. 방만 경영에 대한 무거운 책임 추궁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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