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의장이 우리나라가 리디노미네이션(화폐 액면 절하'예를 들어 액면가 1만원을 100원으로 낮추는 따위)을 검토할 때라고 말했다. 발행이 중단된 10만 원권 발행을 재추진하기보다는 리디노미네이션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힌 것이다. 이미 여러 차례 논란을 빚었지만 '0'이 다섯 개나 붙은 고액권 화폐 발행이 후진국형이라는 점에서 임 의장의 발언은 적절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달러 대비 환율이 네 자릿수인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세계적으로도 환율이 네 자릿수를 넘는 나라는 10개국 남짓하고 대부분 1인당 국민소득 2천 달러 내외의 나라들이다. 이렇다 보니 원화의 대외적 위상은 싸구려 화폐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해외 주요 방송사들의 환율 알림에서도 원화 환율은 빠지기 일쑤다. 리디노미네이션을 하게 되면 거래가 편리해지고 회계장부의 기장도 간편해진다.
문제는 화폐단위 변경의 파급 효과가 엄청나다는 점이다. 이는 천문학적인 사회'경제적 비용을 수반한다. 인플레이션 시기에는 이를 가중시킬 우려도 있다. 장기적으로 리디노미네이션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공감을 얻고 있지만 이 문제로 인해 선뜻 추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유럽은 지난 2002년 나라마다 제각각인 통화를 유로로 통일하는 기적을 일궈냈다.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한 탓에 화폐를 변경하면서도 일회적 물가상승이 0.2%에 그칠 수 있었다. 막대한 비용을 치렀지만 성공적으로 정착했다. 언제라도 치러야 할 비용이라면 우리나라라고 해서 마냥 미룰 수만은 없다. 지금부터 계획을 세우고 대비하더라도 5년 후, 10년 후에나 가능할지 모를 일이다. 그런 점에서 리디노미네이션을 검토할 때가 되었다는 임 의장의 발언은 적절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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