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쌀 직불금 자진신고' 실효성 논란

"마녀 사냥이 아닌가?"

쌀 직불금 수령 자진신고가 지자체마다 쇄도하고 있는 가운데 실경작 여부 확인이 제도적으로 쉽지 않아 실효성에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가족이 대신 농사를 짓고 있더라도 농지 소유자 본인이 직불금을 수령했다면 부당수령에 해당돼 환수조치는 물론 징계까지 감수해야 된다는 정부 발표가 나오면서 혼란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청도에 계신 부모님을 대신해 직불금을 신청했던 공무원 A씨는 "이게 문제가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내가 농지 소유주로 돼 있고, 부모님이 서류 절차에 대해 잘 알지 못해 대신 직불금을 수령해 전해드렸을 뿐"이라고 황당해했다.

구청 감사계 관계자는 "가족이나 친척에게 경작을 맡겨놓고 직불금을 수령한 공무원들도 상당수"라며 "법적으로 따지고 들면 부당수령이 맞지만 우리 정서상 이런 경우가 흔해 앞으로 상당한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실경작 여부에 대한 모호한 판단규정도 도마에 올랐다. 달성군의 한 공무원은 "요즘은 직접 경작한다고 해도 모내기, 밭갈기, 추수 등 대부분의 작업을 인부를 사서 위탁하는 처지"라며 "이런 경우는 실경작 여부를 증명하기가 상당히 난감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정부에서는 비료 등의 농자재 매입영수증이나 인근 농민 3인 이상의 확인 서명이 있으면 이를 소명자료로 인정하고 있지만 이 역시 소규모 자경농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영수증 등을 잘 챙겨놓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인데다 소출된 쌀마저도 추곡 수매를 통해 판매하기보다는 가족·지인들과 나눠먹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

일부에서는 "자진신고에 의존한다는 자체가 '수박 겉핥기식 조사'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터져나오고 있다. 자진신고 기간 중 신고를 하지 않은 공무원에 대해 가중처벌하겠다는 방침만 세워놓았을 뿐, 성실하게 자진신고하고 환수조치에 응한 공무원에게는 아무런 인센티브도 없다. 자진신고한 한 공무원은 "잘못이 없으니 일단 신고를 했지만 정말 부당수령자라면 과연 신고를 했겠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앞으로 실경작 여부를 확인하고 부당 수령액을 환수하는데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공무원들은 "투기 목적으로 농지를 편법 매입한 일부는 문제가 되겠지만, 정부가 그동안 수수방관하다가 뒤늦게 자진신고 등을 통해 선의의 피해자만 양산하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한편 24일 오전 9시 현재 대구시·구·군에는 모두 444명의 공무원이 신고했으며 경북도에는 도청 321명, 문경시 168명 등 모두 2천135명이 자진 신고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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