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말 데카당스 예술을 주도했던 오스카 와일드는 마태복음 14장 6∼11절에 실린 유대왕 헤로데의 세례 요한 참수사건을 바탕으로 희곡 '살로메'를 썼다. 오스카 와일드가 활동했던 빅토리아 시대는 엄격한 성 윤리와 도덕성이 강조되던 시대였다. 그래서 이 극이 발표됐을 때 많은 사람들은 작품의 퇴폐적 분위기에 충격 받았다. 시대의 반항아였던 오스카 와일드는 억압적 시대사상에 대한 반발로 극 속에 반항적 에로티시즘을 담았다.
이 작품은 원전인 '성서'의 내용과는 다소 다르다. 오스카는 헤로데 왕의 살로메에 대한 탐욕, 자신의 키스를 거부한 요한에 대한 복수심과 그 육체를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에 사로잡힌 살로메, 살로메를 사랑해 자결하는 젊은 시리아인과 그 젊은이를 사랑하는 또 다른 남성을 통해 19세기 말의 퇴폐적 에로티시즘을 담았다.
에로티시즘이 가득한 작품이지만 노골적인 성적 표현이나 묘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오스카는 집착과 탐닉을 나타내는 반복적인 대사와 상징을 통해 등장 인물들의 비정상적인 성 심리를 아름답게 그려냈다. 사랑하는 사람의 목숨을 빼앗고 자신도 죽고 마는 파멸적인 사랑은 괴기하지만 한편 아름답기도 하다.
살로메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등장한다. 그래서 헤로데 왕과 젊은 시리아인은 그 아름다움에 집착해 파멸에 이른다. 살로메의 '아름답지만 무자비하고 파괴적인 힘'은 세기말 유행했던 팜므 파탈(famme fatale)의 대표적인 이미지가 됐다. 1893년에 씌어진 이 극은 성서를 모독했다는 이유로 공연이 금지됐다가 1896년 루브르 극장에서 초연됐다. 208쪽, 9천800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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