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실러와 동시대인이면서 생전에 그들처럼 인정 받지도 못했고 반평생을 정신 착란 속에서 불우한 삶을 살아야했던 시인 횔덜린(1770-1843). 그가 남긴 유일한 소설이다. 이 작품은 약 7년간에 걸쳐 완성됐으며 '그리스의 은자'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터키의 압제 아래 있던 18세기 후반 그리스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그리스 청년 휘페리온이 친구 벨라르민과 연인 디오티마와 주고 받은 편지로 구성돼 있다. 편지에서 휘페리온은 황금시대인 유년기를 지나 인생의 길을 이끌어준 스승과의 만남, 행동주의자와 함께한 그리스 해방전투, 연인과의 사랑과 이별을 겪은 뒤 자신의 생애를 돌아보며 현재의 심경을 밝혔다.
이 책은 특별한 사건보다는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룬 세계에 대한 뜨거운 동경과 자신 내면에 있는 불협화음의 해소를 종착점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다소 딱딱하고 무거워 보일 수 있으나 작가는 자신과 세계간의 영원한 투쟁을 끝내는 것, 그리하여 양자가 하나의 동일체로 통합되는 일, 그것이 목표라고 강조한다. 이런 점에서 그는 고대 그리스의 세계를 이상으로 삼고 있다.
끊임없이 자기를 모색하고 정체성을 찾아 헤매는 주인공의 모습은 헤르만 헷세의 '데미안'을 떠올리게 한다. 366쪽, 1만2천원.
김순재기자 sj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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