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의료관광, 맞춤형 상품 '특화'로 승부걸자

▲ 대구가 명실상부한 의료관광 도시가 되기 위해선 보여주기식 홍보에서 탈피하고 의료관광 시스템화, 특화에 주력해야 한다. 최근 계명대 동산병원에 건강검진을 받으러 온 폴란드 국립쇼팽음악대학 교수단.
▲ 대구가 명실상부한 의료관광 도시가 되기 위해선 보여주기식 홍보에서 탈피하고 의료관광 시스템화, 특화에 주력해야 한다. 최근 계명대 동산병원에 건강검진을 받으러 온 폴란드 국립쇼팽음악대학 교수단.

28일 중국 요녕에서 온 일행 9명이 영남대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았다. 최근 대구시가 안동, 전남 여수시와 함께 추진하는 3각 의료관광벨트 사업의 첫 방문 검진단이다. 지난 21일엔 폴란드 국립쇼팽음악대학 교수 일행이 계명대 동산병원을 찾아 건강검진을 받고 돌아갔다. 이들의 반응은 굉장했다. 세심한 배려와 최첨단 장비, 편안하고 친절한 서비스에 만족스러워했다. 검진 후 편안히 관광까지 즐긴 뒤 귀국 전 건강검진 결과지가 손에 쥐어지는 시스템에 매료됐다.

이들의 반응을 보면 의료관광의 미래가 무궁무진함을 알 수 있다. 이제는 의료관광의 시스템화와 특화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지금까지 의료관광은 적잖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이다. 의료관광 메카를 향한 대구시와 병의원들의 노력은 현재진행형이다.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한 새로운 콘텐츠가 속속 등장하고 있고, 민간 주도 시스템도 준비 중이다. 지역 의료기관들의 의료관광에 대한 관심도 갈수록 높아져 시스템 및 특화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구 의료관광은 진행형

초기 혼란을 거치면서 요즘 대구시와 의료기관 간의 협조 시스템, 홍보 등에 대한 체계가 조금씩 자리 잡혀 가고 있다. 대구시는 민간주도형 의료관광객 유치를 위해 내년 상반기쯤 '대구시 의료관광협의회'를 구성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시는 의료관광 대상 국가가 확대됨에 따라 국가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상품을 개발, 보급하기로 했다. 맞춤형 상품은 중국 의료관광객에겐 템플스테이와 사물놀이 등 전통문화체험을, 중동 지역 관광객들에겐 자연관광 상품을 연계하는 방식이다.

내년엔 중국에 '대구시 의료관광 중국홍보관'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중심가의 비즈니스호텔인 노보텔에 의료기관과 호텔, 한방 서비스를 한번에 받을 수 있는 '호스피텔(Hospitel)' 유치도 추진한다.

각종 국제대회와 의료관광 사업을 연계하기 위해 'HIMSS(의료정보학회) AsiaPac2010' 유치에 나서기로 했다.

90만명이 넘는 국내 거주 외국인 유치를 위해 지난달부터 서울지하철 3호선과 국철, 1·3·4호선에서 20초짜리 홍보 영상물을 방영하는 등 의료관광 선도 도시 이미지를 전파하고 있다. 대구시 정덕수 의료산업마케팅담당은 "모발이식, 성형, 치과, 건강검진, 출산 등 주력 의료관광 상품 소개는 물론이고 의료관광 안내를 담은 홍보책자를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4개 국어로 제작해 공항 및 관광안내와 병의원에 갖다놓았다"며 "외국인 의료관광객과 국내 의료진 간 의사 소통 및 원스톱 서비스를 위한 의료관광 코디네이터도 지속적으로 양성 중"이라고 말했다.

외국 미디어 홍보에도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중국 내 영향력이 큰 요녕TV, 요녕일보를 비롯해 중국의 주간지, 건강 관련 잡지, 대형 여행사 등의 관계자 9명이 지난 28일 영남대병원 등 대구 의료기관을 방문, 검강검진 등을 받은 뒤 안동 및 여수를 관광했다.

◆시스템화와 특화로 승부해야

지역 의료기관들은 대구 의료관광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선 '의료관광의 시스템' 구축 및 '특화'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해외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한 유치 활동부터 비자 발급, 입국, 검진 및 시술, 관광, 언어, 숙박, 출국은 물론이고 만족도 조사 피드백까지 이뤄져야 한다. 아무리 의료 서비스가 좋아도 가격 경쟁력이 없으면 의료관광객 유치가 힘든 만큼 수술·진료비와 숙박비 등도 시스템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의료사고 및 분쟁이 생겼을 때 병의원만으로 해결하기 힘들기 때문에 시와 함께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

모발, 양·한방 협진 등을 특화하는 방식으로 대구를 명실상부한 의료관광 도시로 각인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구만의 기술 및 가격 경쟁력이 있는 특화 상품을 만들고 이를 중심으로 의료 패키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의료기관 관계자는 "대구의 모발이식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대규모 전문병원이나 센터를 만들어 특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구경북연구원 박민규 융합산업연구팀 팀장은 "의료관광지로 유명한 싱가포르의 경우 최근 의료 비용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반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태국, 인도는 급부상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대구도 의료 비용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며 "세계적으로 동서의학 통합이 대세인 만큼 대구만의 강점인 양·한방 협진을 특화해 선점해야 한다"고 했다.

외국 의사들을 대구로 불러들여 교육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 의료관광객을 유치하는 '매개고리'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요셉성형외과 이영주 원장은 "대구 병의원에 환자들을 데리고 와서 직접 시술받고 수술 참관도 하면서 공부하는 외국 의사들이 적지않아 의료 교육에 초점을 맞출 필요도 있다"며 "대구 5개 대형병원 교수들의 경우 전국에서 학구열이 높은 것으로 유명하므로 그 효과는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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