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정태의 중국이야기] 미국 대선을 즐기는 중국인들

천문학적 돈이 투자된 초대형이벤트 미국 대통령선거에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된 지금, 중국인의 반응이 이채롭다. 우선 중국인들은 미국 대선에 무관심한 척한다. 매케인이 되든 오바마가 되든 대중국정책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현재의 중미관계가 순조롭다고 생각하며 대체로 만족하고 있다. 파트너의 교체로 인해 양국관계가 더 나빠질 수도 특별히 좋아질 것도 없다는 생각이다. 부시 정부의 경우도 집권초기에는 중국과 갈등이 있었지만 집권2기에는 달라졌다는 것이다.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는 등 중국을 자극하는 점도 있지만 온 식구가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에 참가하는 등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의 성의를 보였다고 생각한다.

둘째, 선거가 뭔지도 모르는 중국인들이 미국 대통령선거의 본질을 파악했다고 이야기한다. 중국에는 대통령선거도 대중정치도 없기 때문에 중국인들이 미국의 선거과정이나 선거인단선거제도를 이해한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수차례의 미국 선거를 지켜보면서 얻은 결론이 있다고 자신한다. '미국 선거에 대두되는 공약들은 단지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중국과 호흡이 가장 잘 맞았던 클린턴도 1992년 선거에서는 천안문사태와 관련하여 중국 정부를 "베이징의 살인마"라고 비난했다. 베이징올림픽을 전후로 중국의 악재가 발생했을 때마다 적극적인 지원과 협력을 아끼지 않았던 부시도 2000년 선거 때는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하면서 중국위협론을 설파했다. 지금도 매케인과 오바마 양 진영 모두 중국의 외교정책과 인권기록을 비판하고 있다. 특히 매케인은 지난 7월 달라이라마를 만나기까지 했다. 중국인들이 미대선 공약들에 귀 기울이지 않는 이유가 명백하다. 누가 백악관의 주인이 되든 중국 정책을 큰 폭으로 수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셋째는 중국인들의 방식으로 미국대선을 즐긴다. 중국인들이 이번 2008년 미국 대선경쟁을 아주 특별하게 여기는 점은 후보들이다. 여자, 흑인, 노인이 경쟁한다는 사실이다. 중국 상황과 비교하면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다. 올해 집권 2기를 맞은 후진타오 정부는 1939년생 이상의 인사들을 모두 퇴출시킨 바 있다. 국가서열 1위 후진타오(1942년), 2위 우방궈(1941년), 3위 원자바오(42년) 모두 40년대 출생자이다. 매케인은 1936년생이다. 중앙정치국상무위원 9명 중에 여성은 없다. 물론 소수민족출신자도 없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미국대선에 나선 후보군들을 이해할 수 없다. 선거초기 중국평론가들은 미국정치환경에서 여자나 흑인이 대통령이 되기는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해왔다. 민주당 경선에서 힐러리가 패배한 후 그 예언의 앞부분이 적중했다고 좋아했다. 그런데 선거 막바지에 이르러 예상이 조금 빗나가고 있다. 샴페인병을 오바마가 쥐고 있는 상황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그것 때문에 오히려 더 흥분한다.

넷째, 미국 대통령선거결과에 대한 기대가 없다. 앞선 몇 대의 미대선과 비교하면 미국대선에서 중국의제가 줄어들었다는 점도 있지만, 공화당이 되든 민주당이 되든 중국으로서는 마찬가지다. 공화당정부는 중국을 핵심적 안전문제의 차원에서 다루고 있고, 민주당은 무역과 인권분야에서 압력을 행사할 것이 분명하다. 그 외 기후변화협약이나 에너지자원의 이용에 관한 문제에서도 분명히 중국과 많은 마찰이 예상된다. 때문에 어떠한 정부가 등장하던 집권초기에는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될 여지가 있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가장 특이한 것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미국이라는 자체에 흥미를 잃고 있다. 중국인들이 미국선거의 이슈가 되고 있는 낙태, 동성애, 총기류관리 문제에 별관심이 없다는 점도 있지만 미국발전에 대한 실망 때문이다. 특히 중국엘리트들의 미국 민주화과정에 대한 관심도가 낮아지고 있다. 현재 미국이 당면한 금융위기를 비롯한 제반 사회문제들에 대한 실망, 더 이상 본받지 못할 발전모델이라는 점에 대해 인식하고 있다. 중국의 세계시장진출 및 자원 확보에서도 미국경제의 중요성이 감소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 중국은 스스로의 발전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으며, 외부문제보다는 자신들의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멀찍이서, 한마디를 잊지 않는다. 중국외교부 대변인 친강(秦剛)의 말이다. "차기 미국대통령은 대만에 군사무기를 판매하는 것과 같은 행동은 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정태(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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