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좌편향

70, 80년대 우리 국사교과서의 근'현대사 부분은 아주 간략하게 기술됐다. 서슬이 시퍼런 군사정권 아래에서 집필자들이 자가 검열을 통해 '曲筆(곡필)' 대신 '外面(외면)'을 택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현대사 부분은 거의 출제되지 않아 학생들도 따로 공부할 필요가 없었다.

당시 국사 교과서가 우리 근'현대사를 '歪曲(왜곡)'은 하지 않았는지 모르나 '隱蔽(은폐)'는 적잖았다. 독립운동사에서 좌익 활동은 철저히 배제하고, 우익의 활동만 부각했다. 그러나 우익 인사들은 일제 강점기 말에 대부분 毁節(훼절)한다. 중고교 시절 이런 내용을 배우지 못한 젊은이들은 대학 진학과 동시에 진실을 드러내는 '불온서적'을 접하면서 학교 교육에 대한 '처절한 배신감'을 곱씹고 '의식화'된다.

분단 이후 한반도 남쪽에선 왼쪽은 가시밭길이었고 오른쪽은 비단길이었다. 그런 때문인지 좌익에서 우익으로 돌아서는 사람은 많았으나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줄을 바꿔 섰다는 얘기는 거의 듣지 못했다. 좌익에서 우익으로 전향한 대표적 인물이 고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문수 경기지사다. 두 사람은 구미와 영천이 고향으로 이 지역 출신이고, 해방 직후 '한국의 모스크바'였던 대구가 '보수 우익의 심장'이 된 것도 역사의 아이러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30일 한국 근'현대사 고교 교과서 6종에서 左偏向(좌편향) 시각으로 기술된 55곳에 대해 집필진에 수정을 권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외에 필자들이 자율 수정하기로 한 곳도 102개 항목이나 된다. 偏向(편향)되거나 偏僻(편벽)한 곳을 수정'보완해야 하는 것은 비단 한국사 교과서만이 아닐 것이다.

중간도 오른쪽에서 보면 좌편향이다. 마찬가지로 왼쪽에서 보면 모두가 우편향이다. 군사정권 시절 '의식화의 주범'으로 낙인 찍혔던 이영희 전 한양대 교수는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며 균형 잡힌 시각을 주문했다. 교과부의 역사교과서 수정 권고가 편향되고 편벽한 '외눈박이 교육'을 강화하는 게 아닌가 걱정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과서가 수정된다면 누더기 역사 교과서가 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역사 교과서 수정집필 권고가 남북으로 갈린 우리 사회를 다시 좌우로 편 가르기를 하는 게 아닌지 곰곰 생각해 볼 일이다. 교과부가 시급히 해야 할 일은 역사 교과서 수정보다 황폐화한 공교육 정상화라고 보지 않는가.

조영창 북부본부장 cyc58@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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