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터뷰]정기준 기획재정부 과장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기획재정부 정기준(43·대륜고) 재정기획과장에게 '공부 잘한 비결'을 물었더니 뜻하지 않게 장황한 집안 내력 소개가 돌아왔다. 일제 강점기에 조부가 1907년 양주에서 의병운동 때문에 투옥돼 5년 실형을 받아 가세가 기울었다. 조부는 건국훈장을 받았지만 정작 부친은 수업료가 없어 학업을 중도 포기하고 만다. 6·25전쟁이 일어나고 서울이 고향인 부친 정영배씨는 1·4 후퇴 때 대구로 피란을 내려왔다. 부친은 출판사(정영사·송원문화사)를 경영하면서 밤에 독학했다. 이후 경북여고를 졸업한 모친 이영숙 여사를 만나 결혼했고, 정 과장을 대구 동성로에서 낳았다. 외조부가 대구백화점 맞은편에서 보생당이란 한의원을 경영하기도 했다.

정 과장은 한참을 설명한 뒤 "장황했지요? 나의 뿌리이기도 하지만 대구와의 인연이 각별해 꼭 한번 소개하고 싶었습니다"고 했다. 잠시 뒤 "아참! 공부 잘하는 비결요? 아버지가 출판사를 경영하다 보니 어려서부터 책을 쉽게 접할 수 있어서 그런가 봅니다. 정말 많이 봤어요. 새로 나온 위인전, 교양도서가 집 안에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형님은 서울 유명 대학병원 내과과장을 하고 있는데 역시 책을 많이 봤어요."

정 과장은 대학 재학 중 사법시험과 행정고시를 놓고 저울질하다 행정고시를 택했다. 법조인보다는 공무원이 좀 더 능동적으로 보여서였다. 32회 행시에 합격한 뒤 예산부처에 근무하기를 원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과학기술부가 첫 근무지가 됐다. 원하지 않았지만 과기부 근무도 보람있었다고 한다. 특히 연구개발예산 과장 시절 대구 DGIST 예산에 도움을 줬는데 최근 기공식 초청장을 받고 마음 한쪽이 뿌듯했다고 한다.

그는 수많은 공무원 중 한 사람이 되는 것에 그치고 싶지 않다고 한다. 맡은 일은 뿌리를 뽑는 자세로 일하면 그렇게 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중앙부처에 수천명의 과장과 사무관이 있습니다. 깊이 파고들지 않으면 그저 그런 공무원으로 남게 됩니다. 거대 조직에 반드시 필요한 공무원이 될 때 비로소 보람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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