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돈줄 막힌 은행들…BIS비율 떨어져 건전성 악화

서민 대출 더 어려워져

최근 아파트에 입주한 회사원 박모(45)씨는 입주전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러 대구시내 몇몇 은행을 돌아다녀야 했다. 박씨는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시중은행에 갔다가 "은행 내부 자금사정 관계로 대출이 어렵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는 다른 은행에 가서 가까스로 돈을 빌렸고, 입주를 못할까봐 가슴을 졸여야했다.

지난해까지 경쟁적으로 "우리돈 빌려가세요"라고 했던 국내 상당수 은행들이 대출이 힘들어질만큼 내부 자금 사정이 악화했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이 일제히 급락하는 등 건전성 지표에 경고등이 들어온 것이다.

은행들의 자금 경색은 시중에서 돈가뭄 현상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국내 최대은행'으로 불리는 국민은행의 BIS비율은 2분기 12.45%에서 3분기 9.76%를 기록, 한자릿수로 내려갔다. 옛 주택은행과 전산통합이 이뤄진 2002년 이후 국민은행의 BIS 비율이 한자릿수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한은행도 2분기 12.5%에서 3분기 11.9%로 떨어졌고 외환은행은 2분기 11.56%에서 3분기 10.64%로 내려갔다. 기업은행도 10.49%에서 10.15%로 하락세였다.

대구은행은 2분기 10.74%에서 3분기 10.78%로 소폭 상승했지만 1분기(11.00%)에 비해서는 다소 떨어졌다.

BIS 비율은 대출, 지급보증 등 위험이 있는 자산(위험가중자산)에 비해 자기자본 비중이 얼마인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은행의 건전성을 판단하는 핵심 잣대. 이 비율은 자기자본 규모가 작을수록, 위험자산 규모가 클수록 낮아진다.

외환위기 당시 BIS비율 8% 미만 은행들은 퇴출되기도 했다. 대구의 대동은행을 비롯해 동화·경기·충청·동남은행 등이 이 비율에 걸려 은행문을 닫아야 했다.

이런 가운데 은행들이 이자를 제 때 받아내지 못하는 경우도 급증하고 있다. 연체율이 급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올 3분기 총연체율은 국민은행이 0.68%, 신한은행이 0.69%를 나타내면서 전분기보다 각각 0.11%포인트, 0.02%포인트 높아졌다. 우리은행은 0.13%포인트 상승한 0.69%, 하나은행은 0.88%로 0.17%포인트 올라갔다. 기업은행은 3분기 연체율이 0.67%로 2분기에 비해 0.33%포인트 높아졌다.

시중은행에 비해 중소기업 대출비중이 높은 대구은행은 3분기 총연체율이 0.91%로 2분기(0.78%)에 비해 많이 올랐다.

대구시내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은행들이 펀드를 많이 팔면서 대출재원이 되는 예금을 많이 확보하지 못했다. 대출재원 부족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대출을 늘렸고 부족한 대출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채를 많이 발행, 최근 악화한 자금시장에서 은행채가 시장에서 제때 소화되지 않으면서 결국 자금 경색에 빠졌다"고 털어놨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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