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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없어도 괜찮아" 영주 달터마을 김을복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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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주 부석면 소천5리 달터마을에서 김을복(83) 할머니가 호롱불을 켜고 생활하고 있다. 할머니는 라디오가 그나마 친구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마경대기자
▲ 영주 부석면 소천5리 달터마을에서 김을복(83) 할머니가 호롱불을 켜고 생활하고 있다. 할머니는 라디오가 그나마 친구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마경대기자

"기대하지도 않아 사는 데로 살다 가면 그만이지 뭐…."

전기 없는 마을. 영주 부석면 소천5리 달터마을에 사는 김을복(83) 할머니는 "다들 떠나고 혼자 사는데 돈 들여서 전기 넣으면 무엇을 하느냐. 그 때쯤이면 죽고 없을 텐데"라며 전기 없는 것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이곳은 소백산 5부 능선. 쓰러질 듯 낡은 초가집이 기암괴석과 계곡에 둘러싸여 '한국의 자연미'를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탓에 김 할머니의 집엔 흔한 TV도 전기밥솥도, 냉장고도 없다. 대신 집안을 밝게 비추는 것은 호롱불이다.

아직 장작을 태워 구들장을 데우고 밥을 짓고 물을 끓여 생활하는 곳. 창이 없는 초가라 오후 시간이지만 방안은 어두침침했다. 하지만 방한켠에 매달아 놓은 호롱불에 비친 할머니의 얼굴엔 때묻지 않은 환한 웃음이 가득했다.

"포대를 꿰매야하는데 도무지 바늘에 실을 꿸 수가 없다"는 김 할머니는 "큰 바늘을 구해다 놨지만 어두워서 그런지 눈이 침침해서 그런지, 실을 꿸 수가 없다"며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평생을 이곳에서 살다 보니 전기 때문에 불편한 줄은 모르고 산다"는 할머니는 "예전(1990년)엔 마을 사람들이 몇 푼씩 거둬 기름 사고, 발전기를 돌려 형광등을 켠 적이 있었다"며 "그 후론 형광등을 천장에 매달아 놓고만 있다"고 했다.

전기가 없다 보니 김 할머니의 유일한 벗은 건전지를 이용해서 듣는 라디오다. 김 할머니는 "건전지가 떨어지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물건이지만, 그래도 누가 건전지를 갖다주면 라디오도 듣고 심심하지 않다"며 어두운 삶을 결코 불편해 하지 않았다.

평안남도 강동군이 고향인 김 할머니는 6·25때 가족들과 함께 이곳으로 피난와 자리를 잡고 농사일을 하며 60여년째 살고 있다. 자식들이 아랫마을에 살고 있지만 정든 집을 떠나지 못해 겨울에는 자녀집으로, 여름에는 이곳으로 옮겨와 세상 밖의 삶을 오히려 여유롭게 살아가고 있다.

영주·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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