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백두산 호랑이

호랑이와 곰이 사라진 남한 숲 속을 온통 헤집고 다니는 것은 멧돼지다. 먹이 사슬의 중간쯤에 위치해야 할 녀석이 사슬의 꼭대기에 앉아 있으니 개체 수가 급격하게 불어나 학교 앞마당에까지 어슬렁거릴 정도가 됐다. 이들을 보호하는 바람에 오히려 생태계가 파괴될 지경이다. 그래서 시작된 것이 맹수 복원 작업.

2001년부터 시작된 국내산 반달가슴곰 방사는 실패했다. 사육에 길들여진 곰을 지리산에 풀어 놓으니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아 등산객에 접근하거나 인근 농가에 나타나 결국 자연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마침내 국립공원관리공단은 2004년 10월, 러시아 연해주에서 포획한 반달곰 암수 6마리를 들여와 방사했고, 이듬해에는 북한과 연해주에서 7쌍을, 2007년에는 연해주에서 다시 6마리를 추가로 도입, 지리산에 풀었다. 아직 적응 여부를 가늠하긴 힘들지만 지금까지 지리산에 방사된 반달가슴곰은 모두 28마리. 이 중 6마리는 폐사했고 4마리는 야성 부족으로 회수됐다. 그런데 최근 이 중 한 마리가 암놈과 사이좋게 지낸 것으로 밝혀져 내년 봄에는 야생 곰 '2세'를 볼 수 있으리란 희망에 부풀어 있다.

남북 화해 무드가 한창이던 1999년 1월, 북한 호랑이 한 쌍이 남한에 왔다. 이 중 관심을 끈 것은 93년 북한 자강도에서 생포돼 평양중앙동물원에 있던 암컷 호랑이 '낭림'. 당시 서울대 황우석 교수가 "이를 복제해 태어난 호랑이를 다시 북한에 보내겠다"고 장담했던 녀석이다. 그러나 복제는 실패했다. 게다가 야성이 살아있는 바람에 성질이 사나워 수컷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았다. 기대했던 '2세'조차 물거품이 됐다. 지금은 호랑이 나이로 중년을 넘어버려 서울대공원 내실에서 쓸쓸하게 지내고 있다고 한다. 야생동물 복원은 이렇게 험난하다.

경기도 연천군이 백두산 호랑이 야생공간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내년에 시베리아 백두산 호랑이 6마리를 들여와 야산에 호랑이가 지낼 공간 6천600㎡를 확보, 등산객 보호를 위해 이중 울타리를 치고 야생상태로 방사할 계획이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호랑이 행동반경이 20㎞인데 이렇게 좁은 공간에서는 적응하기 어렵다고 하지만 개체수가 늘어나면 66만㎡까지 늘리겠다고 하니 성공을 기대해 본다. 단군신화에도 나오는 호랑이와 곰이 우리 산하에 없다는 것은 한민족으로서 무척 자존심 상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윤주태 논설위원 yzoot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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