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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흑백사진엔 디카로 맛볼수 없는 매력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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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대 보도사진연구회 일년간 쏟은 열정 전시회

▲ 엄선해서 뽑은 전시 작품들을 선배들이 정성스레 액자에 넣고 있다.
▲ 엄선해서 뽑은 전시 작품들을 선배들이 정성스레 액자에 넣고 있다.

문을 열자 진한 약품냄새와 함께 창문에 크게 붙여 놓은 '빛을 통한 사실표현'이란 글자가 눈에 들어와 박혔다. 먹다 남은 컵라면과 빵 봉지가 흩어져 있고 땟국이 선명한 소파에 지쳐 쓰러져 있는 동료 등 뒤로 사진필름을 담은 통을 들고 움직이는 학생들의 발걸음이 바빠 보였다. 벽에는 '전시회 D-2'라고 대문짝만하게 붙어 있었다.

흑백사진이 좋아 출사(出寫)에서 사진현상, 인화작업까지 직접 하며 사진의 매력에 푹 빠진 대학생들 모임, 계명대 보도사진연구회 방. 작지만 암실을 비롯해 사진을 직접 뽑는 데 필요한 장비는 다 있다. 매년 1차례 여는 전시회(12∼14일·계명대 사회과학대 로비)를 앞두고 일주일 넘게 철야작업을 한 탓에 다들 '폐인' 같은 모습이다. 일년간 쏟은 열정을 몇장의 사진으로 압축하는 일이 쉽지 않아 보였다.

회장을 맡고 있는 김진식(24·신방 4년)씨는 "'편하고 좋은 '디카'가 넘쳐나는데 굳이 흑백사진을 쓸 이유가 있냐?'고 핀잔 섞인 말도 하지만, 흑백사진에는 디카와는 다른 묘한 매력이 있다. 직접 찍은 사진이 암실 약품용액을 통해 서서히 상(象)이 맺힐 때의 기분은 해 보지 않은 사람은 아무리 설명해도 모를 것"이라고 했다. "얼마 안 되는 용돈 다 털어 서울로, 부산으로 출사 나가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했다.

이번 전시회를 위해 20명이 넘는 이 연구회 회원들은 서울 촛불시위, 부산 자갈치 시장, 전라도 수경 스님과 문규현 신부의 오체투지 시위현장 등 전국을 돌며 세상살이 면면을 렌즈에 담았다. "출사 과정에서 애국심을 보고, 농민의 애환을 듣고, 생명존중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 건 흑백사진이 준 덤"이라고 입을 모았다.

막내인 김지영(20·미디어 영상 1년)씨는 "원하는 사진을 찍기까지는 엄청난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다. 한번 출사를 나가면 보통 5, 6통의 필름을 사용하지만 마음에 드는 사진을 한장도 건지지 못할 때도 많다"며 "그래도 마구 찍고 즉석에서 지워버릴 수 있는 디카와 달리 수동카메라로 찍는 흑백사진은 그 안에 쏟은 정성의 양만큼 더 애착이 간다"고 했다.

11일 자정을 넘고 벽에 붙어 있던 숫자가 'D-1'로 바뀌자, 고르고 고른 사진을 액자에 담는 회원들의 손놀림은 더 빨라졌다. "전시회 끝나면 잠이나 실컷 자야지" 하는 말들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작업을 끝낸 4학년들은 "처음에는 현상할 때 쓰는 화학약품 냄새로 속이 메스껍기도 하지만 이 약품 냄새에 익숙해질 때면 어느덧 졸업반"이라며 "취업걱정 때문에 억지로 카메라를 놓아야 한다는 사실에 서글퍼진다"며 입맛을 다셨다.

최철식 시민기자 ccs15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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