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기 침체의 그늘 속 골프장은 '부킹 전쟁'

'경제 위기, 그러나 골프장은 호황중'

골프장이 금융위기의 최대 수혜주로 부상했다. 고환율로 동남아나 중국으로 빠져나가던 골프여행객들이 국내 골프장으로 발길을 돌리는데다 그린피 인하 조치까지 맞물리면서 내장객들이 넘쳐나고 있다.

이에 따라 초겨울 비수기가 시작됐지만 국내 골프장은 주말은 물론 주중까지 때아닌 '부킹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밀려드는 골프장 내장객

"경기가 최악이라고 하지만 요즘 부킹 청탁 때문에 머리가 아픕니다. 지난해와는 완전히 딴판입니다."

요즘 대구 지역 골프장들은 쏟아지는 부킹 요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주말이나 주중 가리지 않고 내장객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

경산 인터불고CC의 경우 주말은 2~3주전, 주중도 1주일 전에 부킹이 완료된다. 대구에서 20~30분 거리에 위치한 청도 그레이스CC도 상황은 마찬가지. 그레이스 골프장 관계자는 "항상 대기팀이 20~30% 넘쳐나고 있다. 지난해에는 날씨가 추워지는 11월부터 주중의 경우 2~3일 전에도 부킹이 가능했지만 요즘은 날씨를 가리지 않고 내장객이 넘쳐나고 있다"고 밝혔다.

'제2의 IMF'가 왔다고 하지만 경기 침체의 그늘과 상관없이 골프장이 호황을 누리는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첫째는 그린피 인하. 지난 10월부터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골프장의 경우 특별소비세가 사라지면서 3만~4만원씩 그린피가 인하됐다. 이에 따라 평일은 8만~10만원 안팎으로까지 그린피가 내려갔으며 회원 대우를 받으면 3만~5만원으로도 골프가 가능해졌다.

원/달러 고환률로 외국 골프 여행이 대폭 줄어든 점과 골프 인구가 급증한 것도 원인이다.

훼밀리 회원권 이경원 대구지사장은 "골프 평균 연령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으며 여성 골퍼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며 "낮 시간이 짧아져 라운딩 가능 시간은 갈수록 줄고 있지만 수요는 증가해 대다수 골프장이 내장객이 넘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사라지는 외국 노선, 제주도는 호황

최근 대구공항에서 출발하던 4개 동남아 노선이 차례로 사라졌다. 예전같으면 공항 로비가 골프백으로 넘쳐났지만 외국으로 나가는 골퍼들이 거의 사라지면서 결국 노선마저 없어졌다.

코오롱 여행사 서보익 대표는 "지난해 대비 외국으로 나가는 골프 여행객이 70% 이상 줄어든 것으로 여행업계는 보고 있다"며 "환율이 오르면서 비용 부담이 증가한 반면 국내 골프장 가격이 내리면서 국내·외 골프장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또 "요즘 외국에 골프 여행을 나가는 경우는 골프만을 목적으로 한 팀은 거의 없고 친선을 목적으로 한 단체나 계 모임이 주를 이룬다"고 했다.

불과 1년전 골프백을 너무 많이 실어 비행기가 출발하지 못하는 소동을 겪었던 대구공항으로서는 격세지감인 셈.

현재 유가할증료와 환율 상승으로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 노선의 3박4일 기준 골프 여행 비행은 지난해 80만~90만원 수준에서 20만원 이상 오른 상태. 그러나 제주도를 비롯한 국내에서 2박 3일 동안 골프를 치면 60만원 안팎에서 가능하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밀려드는 골퍼들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제주도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제주 지역 골프장 이용객은 116만2천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95만7천여명에 비해 21%가 늘어났다.

특히, 환율 상승세가 뚜렷해진 지난 8월 이용객은 14만5천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0만8천여명)에 비해 34% 늘었고, 9월에는 11만2천여명으로 38%, 지난달에는 15만5천여명으로 34%씩 증가하는 등 올 하반기 들어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제주지역 대다수 골프장들이 12월 중순까지 90% 이상 부킹이 완료된 상황. 여행사 관계자들은 "올 봄까지는 단체팀들이 외국 스케줄을 구하지 못해 제주도로 옮기는 사례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역전됐다"며 "제주도 모임을 준비하다 자리가 없어 외국행을 알아보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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