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중국의 황제들은 특별하고도 특별한 존재였다. '天子(천자)'로서 온 천하 모든 것을 다스릴 권한이 있는 존재로 여겨졌다. 하기에 그 어떤 것도 황제의 앞에 둘 수가 없었다. 예를 들어 황제의 이름 중 어느 한 글자도 인명이나 지명에 사용되는 것이 금지됐다. 황제로 등극하면 같은 글자를 가진 모든 사람의 이름과 지명을 바꾸느라 일대 야단법석이 나곤 했다. 이른바 '避諱(피휘)'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안휘성 휘주 이현의 고대 촌락지 宏村(굉촌)도 그 하나의 사례다. 원래 이곳은 弘村(홍촌)이었는데 淸(청) 乾隆帝(건륭제)가 재위에 오르면서 그 이름이 弘曆(홍력)이었던 관계로 굉촌으로 바뀐 것이다. 개별 가정에서도 부친이나 조부의 이름자와 같은 글자 사용이 금기시됐던 옛 사회에서 하물며 하늘 같은 황제의 이름을 피휘하는 것은 더 말할 나위도 없었다.
색깔 역시 그러했다. 옛 중국에서 黃色(황색)은 우주의 중심을 의미하는 색, 최상의 지위와 권력을 상징하는 색이었다. 황제가 살았던 자금성의 기와가 온통 노란빛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의복에서도 오로지 황제 한 사람만 황금빛 옷을 입을 수 있었다. 일반인이 노란 옷을 입으면 사형에 처해졌을 정도로 엄격했다.
중국 황제들이 입었던 '곤룡포'가 대거 경매에 부쳐진다 하여 호사가들의 관심을 사고 있다. 곤룡포란 황제가 시무복으로 입던 正服(정복)으로서 찬란한 황금빛 비단에 천자의 상징인 龍(용) 등의 문양을 화려하게 수놓은 옷이다. 지난 18일부터 베이징에서 열리고 있는 '2008 황정예술품전시회'에서 전시되고 있는 황제 의복과 황실 가족 의복 등 50여 점이 다음달 6일 경매에 나온다는 것이다.
이 중 청대의 전성기를 구가했던 강희제와 그의 아들 옹정, 손자 건륭 등 3대 황제를 비롯해 강희의 아버지인 순치제가 입었던 곤룡포 등 모두 18벌의 곤룡포가 눈길을 끈다. 민간인이 소유하고 있는 것들이라는데 특히 보존 상태가 매우 좋은 순치제의 곤룡포 경우 최소 1천500만 위안(약 32억 원)으로 매겨져 있다 한다. 강희'옹정'건륭의 곤룡포 경우 5천만 위안(약 105억 원)을 넘을지도 모른다나.
한때는 '하늘의 아들'을 빛나게 해주었던 상징물이었지만 이제는 저잣거리에 나온 곤룡포.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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