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환율 급등에 정부는 손 놓는다 하고

어제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8원이나 급등한 1천513원으로 마감, 외환위기 이후 10년 8개월 만에 1천500원대로 진입했다. 특히 원/엔 환율은 전날보다 100엔당 6.14원 오른 1천581.98원을 기록, 1991년 고시환율 집계 이후 최고 수준을 보인 것은 충격이다. 외국인 원화 자산 투매가 이어지면서 원화 가치가 곤두박질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최근의 환율 상승은 '양날의 칼'과 같아 우리 경제에 나쁜 영향만 주는 것은 아니다. 지금처럼 외환이 아쉬운 때 수출을 늘리고 수입을 줄이는 데 환율 상승만큼 좋은 호재는 없다. 특히 해외여행이나 송금이 급격히 줄어들어 외화 유출을 막는 데도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음은 사실이다.

문제는 지금 환율이 외환위기 당시보다 더 불안하다는 점이다. 외환 보유고가 2천억 달러가 넘는 지금, 원/엔 환율의 경우, 외환이 거의 바닥난 당시보다 더 높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일본 관광객이 밀려들어 일부 업계에서는 호황을 누리고 있으나 이런 상태가 장기화될 경우 국민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과연 정부는 환율 방어 능력이 있는 것인지, 의문은 증폭된다.

게다가 최근 이명박 대통령도 "외환은 건드리면 안 된다. 가만둬야 한다"며 외환시장 불개입을 암시했다. 올 들어 고환율 정책과 저환율 정책 사이를 왔다 갔다 했던 정부가 이렇게 환율이 급등하자 이제 와서 "손을 놓겠다"고 했으니 도대체 외환 정책의 眞意(진의)가 무엇인지 국민은 더욱 불안하다. 국민이 불안한데 외국 투자자들은 어떻겠는가.

국제수지 개선도 중요하지만 외환 정책은 정부의 신뢰와 직결된다. 지금처럼 불안감이 팽배한 때, 정부의 '대외 신인도'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불안 심리를 잠재울 정부의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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