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정(所定)의' '수납(收納)하여야' '숙지(熟知)하여야' '제고(提高)하고자'….
관공서에서 주민에게 보내는 각종 서류나 구·군청, 동사무소 안내서 등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말들이지만 한문에 친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그 뜻이 쉽게 와닿지 않는다. 주민들의 이해를 고려하지 않은 불친절한 용어들이다.
28일 오후 국립국어원 주최로 대구시청에서 열린 '제3회 광역지자체 국어책임관 회의'는 이런 어려운 용어들을 쉬운 우리말로 바꾸고, 공무원들부터 바른 우리말 사용에 앞장서기 위한 방법을 의논하는 장이었다. 이날 회의에는 이상규 국립국어원장을 비롯해 서울·대구·부산시 등 각 광역지자체 국어책임관들이 함께 참석, 타 시도의 우수사례를 경청하고 국어책임관제 활성화 방안 등에 대해 토론했다.
이 원장은 "지나치게 어려운 행정용어를 관습적으로 사용하거나 외국어를 남용하는 등 공공기관이 바른 국어 사용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며 국어책임관제 취지를 설명했다.
국어책임관 우수사례로는 부산시가 소개됐다. 부산시 경우 지난해 '알기 쉬운 법령 만들기 기준'에 따라 조례·규칙을 개정, 행정 용어 순화를 시도했고 한글을 읽거나 쓰지 못하는 문맹자나 결혼 이민자를 대상으로 한국어교실을 여는 등 활발한 활동이 높이 평가됐다.
국립국어원 실태 조사 결과 대다수 관공서 홈페이지나 로고·표어에서 외래어가 난무하는 현상은 앞으로 보완해야 할 점으로 지적됐다. 16개 광역지자체, 231개 기초지자체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다이나믹 부산' '컬러풀 대구' '유어 파트너 광주' '프라이드 경북' '플라이 인천' 등 외래어·외국어 남용이 많았다. 기초지자체 경우도 '러닝 문경' '스마일 달서구(대구)' '뉴 은평(서울)' '로하스 영덕' 등으로 사정은 비슷했다.
국립국어원 조남호 국어연구기획부장은 "겸직에 따른 업무 부담, 업무의 불분명함 등 국어책임관 시행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게 현실"이라면서도 "올바른 국어 생활을 위해 공무원들이 앞장서야 하며 이를 위해 국어원과 공조 체제를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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