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병 VS 병] ⑨건망증과 치매

단순 기억력 저하-언어 등 '종합장애'

"그 사람 이름이 뭐더라?"

중요한 약속을 잊어버리거나 불과 얼마 전 일의 자세한 내용이 기억나지 않아 곤혹스러워하는 사람들이 적잖다. '머리가 나빠졌느니' '건망증이 심해졌느니' '벌써 치매가 왔느니' 하며 농담삼아 말하지만 여간 신경쓰이는 게 아니다. 건망증도 보통 50대 이후 많이 나타나다 보니 '깜빡' 증세를 보이면 치매가 오는 게 아닌지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건망증과 치매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어떻게 구분해야 할까.

◆건망증이란

건망증은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자연적인 노화 현상으로 질병인 치매와는 다르다. 건망증은 보통 50대 이상에서 저장된 기억을 끄집어내는 능력에 문제가 생긴 경우로, 힌트가 주어지면 쉽게 다시 기억해내는 약간의 기억력 저하를 말한다. 정보를 이해하고 저장하며 집중하는 정보처리 능력이 떨어져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직 건망증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진 게 없지만 나이가 들면서 기억력과 관련된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을 분비하는 신경계, 측두엽과 대뇌백질에 문제가 생기면서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기억력이 떨어지고 종종 실수를 하긴 하지만 보통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다. 또 스스로 기억력이 떨어진 것과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걱정한다면 건망증으로 보면 된다. 보통 중년 여성에게 많이 나타난다.

◆증상

심하진 않지만 젊었을 때에 비해 기억하는 반응 속도가 느려지거나 단기 기억력이 떨어진다. 일상 생활에서 집중력과 사고력, 판단력도 다소 저하된다. 어떤 일의 세세한 부분은 잘 잊어버리지만 전체적인 일은 제대로 기억하는 경우가 많다. 기억력 감소 증상을 느끼고 메모 등을 통해 보완하려 하기도 한다. 건망증은 보통 진행되는 질환은 아니지만 치매 초기 증상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말하려는 단어가 순간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잦다면 건망증일 수도 있고 치매 초기 증상일 수도 있기 때문에 전문의의 진단을 받거나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

◆치료 및 예방법

환자의 병력을 자세히 듣는 것이 중요하고, 필요할 경우 신경심리검사로 기억력을 평가하고, 뇌영상촬영, 혈청검사를 통해 초기 치매 여부도 감별한다. 약물 치료로 아세틸 카르니틴, 포스파티딜세린, 빈포세틴, 비타민 B6, 비타민 B12 등이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긴 하지만 현재까지 증명된 치료는 없다. 시금치나 딸기 등 항산화효소가 풍부한 음식이나 비타민C, 베타카로틴이 풍부한 제철 과일, 두부·콩으로 만든 음식이 건망증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하루 한두 잔의 커피나 차도 기억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건망증을 예방하기 위해선 긍정적인 사고와 절제된 생활,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게 좋다.

◆치매란

원인 질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건망증처럼 단순히 기억력의 장애만 있다고 해서 치매라고 하지는 않는다. 기억력 장애에다 언어, 행동, 인지, 실행 등 장애 중 한 가지 이상의 증상이 함께 나타날 때 치매라 한다. 치매의 원인은 다양한데 그 중 가장 많은 원인 질환이 바로 알츠하이머병이다. 전체 치매 환자의 35~40%를 차지한다. 다음으로 뇌졸중으로 발생하는 혈관성 치매가 20~30%, 알츠하이머병과 혈관성 치매가 함께 나타나는 혼합형 치매가 15~20%다. 이 밖에도 퇴행성 신경계 질환인 파킨슨병, 헌팅턴병, 픽병과 알코올 및 독성 물질, 갑상선 질환, 영양 결핍 등에 의한 대사성 질환, 뇌염, 뇌수막염 등 뇌신경 감염, 뇌종양, 뇌외상, 뇌수두증, 유전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증상

기억력 장애와 함께 대화 이해력이 떨어지거나 적절한 단어를 찾지 못해 더듬거리며 적절한 표현을 하지 못하는 언어장애, 세수, 옷 입기, 청소 등 평소 잘하던 일상 행동에 문제가 생기는 실행장애, 사물을 보고도 알지 못하거나 구성 능력이 떨어지는 인지장애, 판단력이나 계획적인 일을 수행하는데 문제가 생기는 실행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보통 이러한 증상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경우가 많다. 치매 환자는 대부분 자신의 병과 문제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기억력이 떨어지고 일상 생활에도 문제가 있어 주변 사람들이 걱정하는데도 스스로는 괜찮다고 생각하면 초기 치매일 가능성이 크다. 초기 치매의 경우 우울증이나 불면증이 먼저 나타날 수도 있다.

◆치료 및 예방법

진단에 있어선 환자 병력과 신경학적 검사가 가장 중요하다. 또 신경심리검사로 기억력을 평가한 뒤 MRI, PET 등으로 뇌병변을 관찰할 수 있다. 약물 치료가 많이 활용되는데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아세틸콜린 분해 억제제, 글루타메이트 수용체 억제제가 주로 사용된다. 그러나 질환 진행을 지연시키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근본 원인 치료는 되지 않는다. 혈관성 치매는 고혈압, 당뇨병, 흡연 등의 위험인자를 조절하는 방법으로 병의 진행을 막고 뇌종양, 수두증에 의한 치매 경우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치매 예방을 위해선 긍정적인 사고와 함께 꾸준한 독서와 글쓰기, 화단 가꾸기, 뜨개질 등 손을 많이 사용하는 일, 규칙적이고 금주·금연 등 절제된 생활, 주 2회 이상 유산소 운동 등이 중요하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도움말·김태완 대구파티마병원 신경과 과장

▶건망증 자가진단법

해당 문항을 ν표시하여 6개 이하면 정상, 7∼14개면 건망증 위험군, 15개 이상은 치매 위험군

*사람 이름이나 전화번호를 자주 잊어버린다.

*약 먹는 시간을 자주 놓친다.

*어떤 일이 언제 일어났는지 기억하지 못할 때가 있다.

*여러 가지 물건을 사러갔다가 한두 가지를 빠뜨린다.

*며칠 전에 들었던 중요한 이야기를 잊는다.

*가스 불끄는 것을 잊어버린 적이 있다. 또는 음식을 태운 적이 있다.

*오래 전부터 해오던 일은 잘하지만 새로운 것은 배우기 힘들다.

*물건을 두는 장소를 잊어버리고 엉뚱한 곳에서 찾는다.

*반복되는 일상생활에 변화가 생겼을 때 빨리 적응하기 힘들고 당황한다.

*어떤 일을 해놓고도 했는지 안 했는지 몰라 확인한다.

*본인에게 중요한 일을 잊을 때가 있다.(가족 생일, 결혼 기념일 등)

*물건을 두고 다니거나 또는 가지고 갈 물건을 놓고 간다.

*같은 사람에게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한다.

*하고 싶은 말이나 표현이 금방 떠오르지 않는다.

*어떤 일을 해 놓고도 잊어버리곤 한다.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 몰라 헤맨다.

*약속을 해 놓고도 까먹을 때가 있다.

*남에게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

*이야기 도중 자기가 무슨 얘기를 하고 있었는지를 잊을 때가 있다.

*과거에 가 본 장소를 기억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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